상품명·마케팅 활용 '마약' 용어 규제해야 하나
"향후 심각한 사회문제… 마약·약물 교육 강화해야"
(김해=뉴스1) 이현동 기자 = 최근 국내에서 마약과 관련된 범죄 사례가 급증하면서 경찰당국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상품명이나 마케팅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마약’이라는 용어의 규제 여부를 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마약 떡볶이’, ‘마약 뒷고기’, ‘마약 국수’ 등 마약이라는 접두사는 주로 음식 이름 앞에 붙는다. 중독성이 강하고 맛있어 계속 찾게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 ‘마약 방석’, ‘마약 베개’, ‘마약 바지’ 등 생활용품에 사용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갖다 붙이기만 하면 비슷한 의미로 통용돼 사회 곳곳에서 이런 이름들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활용이 잦아지니 이제는 접두사로서의 기능을 넘어 하나의 표현 방식, 은어로도 사용되는 실정이다. 이를테면, 어떤 음식을 먹고 ‘이 음식 정말 맛있네’라고 표현할 수 있음에도 ‘이 음식 마약이네’라고 말하는 경우 등이다.
이 때문에 마약이라는 용어를 상품명에 사용하는 행태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마약’이라는 단어의 원래 뜻이 희석되고, 자칫 긍정적인 이미지까지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단순히 홍보·마케팅 수단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을 뿐인데, 단어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언어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상존한다.
이런 가운데 경남도의회에서는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약사 출신인 윤성미 전 경남도의원(국민의힘)이 지난해 6월 대표발의한 ‘경상남도 우리말 바르게 쓰기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다. 이 조례안은 일부 의원의 반대의견으로 결국 부결됐다.
윤 전 의원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 마약떡볶이·김밥 등 분식을 예로 들어보면, 이 음식은 청소년이 가장 많이 먹는다. 아무렇지 않게 이런 단어를 접하다 보면 마약이라는 단어에 대해 ‘달콤하고 맛있다’는 생각이 아이들에게 입력될 것”이라며 “학교에서 약물 교육을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마약이라는 단어를 간판에 버젓이 써 광고하고 있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음식 이름에 마약 용어를 쓸 수 없게끔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약사 출신 정치인인 김지수 창원의창구 지역위원장(더불어민주당) 역시 “마약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독성’인데 마약 떡볶이와 같은 말에는 중독성이 희석돼 있다. 마치 ‘중독성이 있지만 괜찮다’ 또는 ‘맛있으니까 중독되어도 괜찮다’는 식”이라며 “마약 음식과 진짜 마약이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성인들은 알지만, 아이들에게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단어를 규제할 경우 뒤따르는 사회적 혼란이나 표현의 자유에 관한 문제, 홍보·마케팅 수단으로서의 기능 상실 등이 이유다.
김해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30대 최 모씨는 “이 단어 선택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은 동의한다. 다만 성인들이 마약 떡볶이에 진짜 마약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듯 아이들도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고, 관련 교육을 더 강화하면 된다”며 “자영업자들은 자신의 가게 음식을 손님들이 계속 찾게끔, 마약이라는 단어가 가진 ‘중독성’이라는 속성에 기대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어 사용을 아예 막는 극단적인 방식이 아니라도 사회적 합의와 노력을 통해 개선해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별개로 경남도교육청은 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마약류·약물류 관련 교육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아울러 용어 사용 규제 여부를 두고 최근 논란이 불거지자 도교육청은 마약 용어가 붙은 음식·상품에 대한 경각심을 불어넣기 위해 교육 커리큘럼에 변화를 계획 중이라고도 밝혔다.
도교육청 하정화 체육예술건강과장은 “각종 기술 발전으로 마약을 접하는 경로가 다양화하면서 청소년들의 마약 접촉이 늘고 있고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향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강조하며 “앞으로 관련 교육이 더욱 세심하고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 교육청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전용 학습자료를 개발하는 등 마약류 교육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lh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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