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되는 가격인데, 팔린다”···호텔 뷔페 오픈런에 ‘스강신청’ 열풍까지 [방영덕의 디테일]
불과 3년전, 5~6만원에도 허세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는데, 올해는 12만6000원짜리까지 나왔습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내놓은 ‘제주 애플망고 가든 빙수’로, 지난해 이 호텔에서 판매했던 ‘골든 제주 애플망고 빙수(9만6000원)보다 31.2%가 비쌉니다.
최근 몇 년 새 해마다 20~30%씩 특급호텔의 빙수 가격이 뛰고 있습니다. 국내 특급호텔 빙수 가격이 단품 기준으로 10만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해 신라호텔에서 애플망고 빙수 가격이 8만3000원이었습니다. 신라호텔의 빙수는 애플망고의 원조격으로 이 호텔의 빙수 가격이 업계 고급 빙수 가격을 가늠하는 잣대 역할을 해왔습니다.
지난 18일 기준으로 호텔신라 주가는 8만6500원, 올 여름 호텔신라 주가 1주를 팔아 빙수 한 그릇 사먹는 꿈은 애시당초 접는 게 좋을까요.
내달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앞두고 모처럼 호텔 뷔페로 효도를 꿈꾸던 40대 가장 김모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습니다. 1인당 뷔페 가격이 18만원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본인 가족 3명에 부모님 두분을 모시고 가려니 100만원에 육박하더라”며 “해도해도 이건 너무 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5월 5일과 8일날에는 예약이 거의 다 찼다는 말을 들은 그는 “정말 다른 세상 얘기 같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어쩌면 호텔 뷔페값은 ‘애교’일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서울 강남 일대에 유명 스시집에서는 오마카세(맡김차림) 한끼에 40만원을 넘나들고 있어서입니다. 일반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상식을 분명 뛰어넘은 가격 수준입니다.
통상 스시 오마카세의 등급은 엔트리, 미들, 하이엔드의 세 가지로 나뉩니다. 저녁 식사 기준으로 1인에 각각 8만원, 10만원대, 20만원대 이상인 경우를 가리키는건데, 한 끼 식사로 먹기엔 여전히 고가임에도 ‘스강신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입니다.
스강신청, 즉 오마카세를 파는 스시집 예약을 하는 일이 대학교에서 인기 과목 수강 신청을 하는 일만큼이나 어렵다는 의미에서 젊은 층 사이 붙여진 것이죠.
이른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를 잘 보여주는 국내 외식업계인데요. 비싼 가격에도 일부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외식 물가를 상당 부분 떠받치고 있는 기업들도, 법인카드로 접대할 때 싸고 맛있는 식당보다는 비싸더라도 고급 식당을 찾는 경향이 큽니다.
이같은 수요층이 탄탄하게 받쳐주다보니 특급호텔 레스토랑을 비롯한 고급 식당 가격이 치솟아도 손님이 끊기지 않는다는 분석입니다.
일반 소비자들 입장에선 누가 이런 비싼 빙수와 밥을 사먹으라고 등을 떠민 게 아니니 ‘안 사먹으면 그만’이라고 치부할 수 있습니다.
국내 외식 물가는 최근 몇년 새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올랐습니다. 특히 외식 물가 상승률은 7.4%로 2021년 6월 2.6%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3%)을 앞지른 이후 22개월 연속 웃돌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외식물가 상승률 중 피자가 12.0%로 가장 높고, 이어 외식용 소주(10.8%), 외식용 라면(10.3%), 김밥(10.3%), 햄버거(10.3%), 돈가스(10.0%) 등이 10%가 넘었습니다.
외식용 맥주와 삼계탕을 비롯해 해장국, 외식용 오리고기, 떡볶이, 자장면 등이 9%대 상승률을 보여줬고요. 이어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백반, 외식용 삼겹살, 비빔밥 등이 전년대비 8%대가 오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서민음식으로 여겼던 것들이 더 이상 부담없이 즐길 수만은 없는 현실입니다.
음식 가격 인상에는 비싼 재료값에 인건비 상승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여기에 ‘허세 인플레이션’이란 말에서 보듯 ‘경험’과 ‘인증’ 등을 중시하는 문화가 음식 가격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는 것을 더 이상 부인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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