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확 당겨 아파트 매입”…규제 완화에 영끌족이 살아난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4.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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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저당 설정등기 신청건수 9만5621건
3월 기준 2년여만에 9만건 돌파
2030 생애 첫 부동산 매수 1만6304명
[사진 = 연합뉴스]
은행에 저당을 잡힌 주택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례보금자리론 출시와 대출규제 완화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 대출)’이 불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2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기관(제1금융권)의 집합건물(아파트·빌라 등) 근저당 설정등기 신청건수는 9만5621건으로 나타났다. 월 기준으로 9만건을 넘어선 것은 2021년 3월(9만1224건) 이후 2년여 만이다.

증가세도 가팔라 1월 5만1331건, 2월 6만4221건에서 3월에는 1월 대비 1.8배로 급증했다.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1월 1만7505건에서 3월에는 2배 늘어난 3만5629건에 달했다. 경기도에서는 4배 폭증한 곳도 이었다. 시흥시는 1월 654건에서 3월 2790건으로 4.2배, 성남 수정구도 82건에서 345건으로 4배(320%) 늘었다.

같은기간 서울은 8128건에서 1만5460건으로 90.2% 증가했다. 특히 서대문구(1월 155건→3월 525건)와 구로구(289건→911건)의 증가폭이 컸다. 인천에서는 연수구가 1월 405건에서 3월 1233건으로 3배 가량 급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로 9억원 이하 주택 매입이 쉬워진 데다 다주택자 대출규제도 완화되면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 올 들어 매매 거래된 아파트 대부분은 시가 9억원 이하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서울은 올 1~3월 6712건의 아파트가 팔렸는데 이중 57.5%가 9억원 이하다.

경기·인천은 10건 중 9건 이상이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이다. 경기는 올 1분기에 거래된 2만2675건 가운데 93.8%를 차지하는 2만1262건이 9억원 이하다. 인천도 9억원 이하 비율이 98.7%를 기록했다.

함영진 직방 실장은 “2030 등 젊은 세대가 급매물을 제법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별 대출상품이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폭등기 이후 학습효과? ‘영끌’ 재등장
영끌 [일러스트 = 연합뉴스]
집값 하락세에 금리 인하 효과가 맞물리면서 젊은층의 부동산 매수세가 되살아나고 있다. 금리가 정점을 찍은 뒤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집값도 바닥을 찍었다는 판단이 거래량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주택대출을 최대한 받아 주택을 매입하는 ‘영끌족’이 재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20~2021년 집값 폭등기때 이미 학습효과가 있는 만큼 수입이 충분한 젊은 층의 경우 주택 매수가 발빠르게 확산될 것이란 게 시장의 분석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전국 집합건물(오피스텔·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 생애 첫 주택매수자 총 2만9914명 중 20~30대는 1만6304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12월 2만574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비율 역시 커지고 있다. 지난달 20~30대 생애 첫 매수자 비율은 절반 이상인 54.5%에 달한다. 올해 1월 51.9%였던 점을 감안하면 2.6%포인트 늘었다. 다만, 전년(55.0%)과 비교하면 0.5%포인트 줄었다.

집값이 바닥이라는 인식과 금리가 인하되면서 영끌족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2020~2021년 집값 폭등기를 겪으면서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내 집 마련에 적기라는 판단이 선것으로 풀이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원은 “집을 살때 아무래도 가지고 있는 여력을 최대한 극대화해서 사다 보니 다주택자가 아니고선 대부분이 영끌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지난해 억눌렸던 주거 수요가 올해로 이전되는 것만으로도 작년 대비로는 영끌족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젊은층의 부동산 거래는 금리가 급등하기 이전인 2021년 꾸준히 증가했다. 2021년 10월 2030 비율은 58.4%에 달했다. 특히 2021년 5월에는 20~30대 매수자가 2만9087명으로 3만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2021년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자 무리한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려는 영끌족이 늘어났다. 하지만 집값 상승과 함께 금리가 서서히 오르면서 영끌족은 자취를 감추게 됐다. 실제 20~30대 매수자는 1년 만에 1만명 아래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는 9114명에 불과하다.

정부가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 이같은 매수세를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애최초 매수자는 규제지역과 관계없이 LTV(주택담보인정비율)가 80%까지 허용되고,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는 생애최초·신혼 디딤돌 구입자금대출 한도 역시 각각 2억5000만원에서 3억원, 2억7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소득과 상관없이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 최대 5억원까지 연 4%대 고정금리로 빌릴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도 젊은 층이 부동산 거래에 나서게 한 주 요인중 하나다.

특례보금자리론 지역별 신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신청 건수와 누적 신청금액은 각각 11만3271건, 25조5634억원이다. 누적 신청금액은 연 공급 목표인 39조6000억원의 64.5%에 달한다.

연령별로 보면 20대와 30대 매입 건수가 각각 8150건과 4만4997건으로 전체의 47%를 차지했다.

정성진 부땡톡 대표는 “집값 폭등기를 겪은 만큼 학습효과가 있어 지금이 저점이라는 판단이 있을 경우 젊은층의 경우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특례보금자리론 기간도 남아 있는 만큼 추가적으로 젊은층의 부동산 매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빚투 올인 2030세대…‘개인회생’ 역대 최대
문제는 영끌 투자에 나선 20~30대의 대다수가 실패의 쓴맛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빚을 갚지 못해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자가 지난달 1만명을 넘어섰다.

법원통계월보 자료를 보면 지난달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이 1만1228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7455건)보다 무려 50% 늘은 수치다.

올 들어 누적 건수도 3만182건으로 법원통계가 발표된 2013년 이후 최대다. 일반적으로 연말에 몰리던 개인회생 신청이 올해는 연초부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심상찮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21일 발표한 ‘2022년 개인회생 사건 통계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자 가운데 2030세대의 비율이 46.6%로 전년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법원이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20년 42.5%에서 2021년 45.1%로 상승한 데 이어 지난해 다시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사회 초년생으로 금융활동이 많지 않은 20대만 추려내도 지난해 15.2%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30대의 개인회생 신청이 크게 늘어난 것을 두고 법조계와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맞물린 3고 상황에 절망한 청년세대가 고위험·고수익 투자에 뛰어든 영끌의 결과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제 시작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도 이어진다.

얼어붙은 경기와 고금리에 한계기업과 한계청년층이 자포자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데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청년세대가 주저앉으면 성장동력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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