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김광현 분석표야? KBO 상식이 쓰레기통으로, 200승 향한 무기 더 챙긴다

김태우 기자 2023. 4. 22.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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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인지업에 자신감이 붙은 김광현은 예전과 확실히 다른 투수로 진화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어깨의 가벼운 염증으로 잠시 1군 전력에서 빠져 있던 SSG 에이스 김광현(35)이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몸 상태가 상당 부분 회복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동시에,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볼 배합으로 키움 타선을 막아섰다.

김광현은 2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과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96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2승째를 거뒀다. 팀 수비의 도움을 원활하게 받은 날은 아니었지만,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으로 마운드를 지켰고 결국 시즌 2승으로 이어졌다.

사실 걱정도 있었던 등판이었다. 김광현은 시즌 두 번째 등판이었던 4월 8일 대전 한화전에서 고전했다. 3이닝 동안 홈런 하나를 포함해 무려 8개의 소나기 안타를 맞았다. 여기에 볼넷까지 4개가 끼며 결국 5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김광현답지 않게 시속 130㎞대 패스트볼도 자주 보였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김광현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2㎞ 남짓으로 지난해 평균보다 3㎞나 떨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어깨 쪽에 염증이 있다는 소견을 받았고 결국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시즌 초반부터 찾아온 부상이 달가울 리는 없었다. 그래서 21일 투구는 더 의미가 있었다.

포심패스트볼 구속이 향상된 것은 물론, 그간 ‘제3구종’ 정도로 치부됐던 체인지업의 위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김광현은 전체 96구 중 패스트볼이 36구(37.5%)였고 나머지는 변화구였다. 그리고 그 변화구 중 가장 많이 던진 건 김광현의 전매특허인 슬라이더(18구)가 아닌, 체인지업(33구)이었다. 분석표의 이름을 가리면, 누구도 김광현의 그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법했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까지만 해도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투피치’ 유형에 가까웠다. 150㎞에 이르는 강속구, 여기에 최고 140㎞를 넘나드는 고속 슬라이더로 리그를 평정했다. 구종 다변화를 고민한 이후 가장 먼저 집어든 것은 고교 시절 던졌던 커브. 하지만 커브 구사율이 10%를 넘기지는 않았고, 결국 결정적인 순간 꺼내드는 변화구는 여전히 슬라이더였다.

하지만 미국 진출을 전후로 투심 그립의 체인지업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우타자 상대다. 김광현이 워낙 좌완에 강하기에 상대 팀들은 김광현이 선발로 나가는 날 되도록 많은 우타자를 넣으려고 노력했다. 좌타자에 비해 우타자 상대로는 아무래도 슬라이더 효용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이도 먹었다. 예전처럼 ‘150㎞ 패스트볼과 140㎞ 슬라이더’ 콤보로 상대를 윽박지르기는 쉽지 않았다. 15년 이상 이어온 이 투구 패턴이 상대 타자들에게도 익숙해진 것도 괴로웠다.

꾸준히 연마한 체인지업은 이 경향에 제대로 제동을 걸었다. 김광현은 지난해 체인지업 비중을 18%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성적도 좋았다. 그러자 자신이 붙었다. 올해는 구사 비율이 더 늘어났다. 체인지업 비율이 40%에 이른다. 포심(29.5%)은 물론 슬라이더(20.7%)보다도 훨씬 높다.

21일 키움전에서도 키움 우타자들이 김광현의 체인지업에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 체인지업을 33개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김광현은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변화구를 노리고 있으면 힘 있는 패스트볼이 들어왔고, 우타자 발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도 들어와 혼란을 가중시켰다. 김광현은 경기 후 “체인지업에서 헛스윙이 나와서 좋은 것 같다. 내 기억으로도 지난해 체인지업 홈런은 하나밖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계속 결과가 좋으니 자신감이 붙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좌타자를 넣자니 여전히 건재한 슬라이더가 두렵다. 올해 김광현의 좌타자 상대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111에 불과하다. 좌타자를 상대로 슬라이더, 우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 그리고 좌우를 가리지 않고 가끔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지는 커브까지 진정한 ‘포피치’ 투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김광현에 대한 기존 상식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때가 됐다. 지금의 150승을 슬라이더가 책임졌다면, 200승을 향한 나머지 50승은 다른 변화구들이 채워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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