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바뀐 BOJ, 초저금리 벗어날까…한국에 미칠 영향은

이재은 기자 2023. 4.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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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 10년 만에 총재 교체
우에다號 출범…정책 변화 기대감 ‘솔솔’
시장 “4~6월중 정책 전환 기대”
엔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방 압력
27일 日 금융정책 결정회의 주목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이달 임기를 시작하면서 BOJ의 초저금리 기반 금융완화 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우에다 총재는 이달 초 취임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저금리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향후 물가 흐름을 지켜본 뒤 “적절한 시기에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언급해 정책 수정의 여지를 남겼다.

시장에서는 우에다 총재가 기존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서서히 피벗(pivot·정책 전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엔저(低) 현상이 해소되면서 원화 가치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에다 가즈오 신임 일본은행 총재가 10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금융완화 정책 부작용 심화” 여론 확산…BOJ 올해 피벗 돌입할까

2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BOJ는 이르면 상반기 안에 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금융시장 관계자 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절반이 오는 4~6월 사이 정책 변화를 전망했다. 블룸버그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분의 2가 최소 6월까지는 통화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일본 안팎에서 이런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는 지난 10년간 이어진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의 부작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퇴임한 구로다 하루히코 전 BOJ 총재는 지난 2013년 취임 직후 ‘2년 내 물가 2% 상승’을 목표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추진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경기 부양과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탈피, 수출 활성화 등을 위해 내건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지탱하는 한 축이었다.

구로다 총재는 2016년 사상 처음으로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낮추는 초강수를 뒀고, 이어 10년물 국채 금리를 0.25% 이하로 묶어두는 수익률곡선통제(YCC·Yield Curve Control) 정책을 시행했다. YCC란 일본 정부가 발행한 10년물 국채 금리의 변동폭을 미리 정해놓고 이를 넘어서면 중앙은행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해 국채 수익률을 낮게 유지하는 정책이다.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을 통해 시중에 돈을 풀어 물가를 자극하는 게 목표다.

대규모 국채 매입과 마이너스 금리는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데 성공적이었지만, 물가 목표 달성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YCC 정책으로 BOJ의 국채 보유량이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채권시장 왜곡이 심화되고 BOJ의 재무건전성이 취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지난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그간 꿈쩍도 하지 않던 일본 물가도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2% 올라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YCC를 유지할 명분도 약해졌다. 마에다 에이지 전 BOJ 이사는 “온건한 인플레이션이 뿌리내리기 시작했다”면서 “(일본은행이) 특단의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줄었다”고 했다.

◇ 시장, 올해 YCC 폐기→내년 금리인상 전망

시장에서는 우에다 총재가 학자 출신에다가 아베노믹스에서 자유로운 입장이기 때문에 통화정책 전환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YCC 변동폭 수정→YCC 폐지→정책금리 인상의 순서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발간한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BOJ는 당분간 YCC 변동폭 수정 등 미세조정으로 대응한 뒤 하반기 이후 YCC 정책을 폐지하고, 정책금리 인상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일본의 경기 후퇴 위험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글로벌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올해는 시행하기 어렵고 내년이 더 유력하다는 설명이다.

BOJ가 빠르면 올해 상반기중 정책 정상화에 시동을 걸면서 일본 내 자금유출입 흐름과 환율, 경상수지 등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무역수지가 지난 1월까지 18개월 연속 적자를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BOJ가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하면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채권투자와 이자소득이 줄어들면서 일본의 소득수지와 경상수지가 악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채권가격이 하락하면서 일본의 해외채권보유액이 감소했는데, YCC 완화로 일본 투자자들이 자국으로 자금을 송환할 경우 일부 해외 시장에서 자금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 JP모건은 “일본 자금이 본국으로 회귀할 경우 일본 투자자의 채권 보유비율이 5~15% 정도로 높은 오세아니아와 유럽에서의 자금 유출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했다. 현재 일본 투자자들은 호주와 네덜란드 채권의 약 10%, 뉴질랜드 채권의 8%를 보유하고 있다.

초저금리가 10년 지속되자, 일본에서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높은 금리의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가 활발해졌다. BOJ가 YCC 변동폭을 조정하거나 폐기하면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빠져나가면서 시장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BOJ 정책 변화 국내 영향 제한적”…원화 반등 지지할까

시장에서는 BOJ 점진적인 정책 조정과 함께 엔화 가치가 들썩이면서 간접적으로 국내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손영환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일본 투자자들이 국내 채권시장에 투자한 규모는 크지 않기 때문에 자금이 회수되더라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며 “일본 경상수지 악화는 엔화 약세 요인, 엔캐리 트레이드 감소는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원화 가치도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금융시장 불안이 고조되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 가치는 다시 상승세다. 시장 관계자들은 BOJ의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수록 엔화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BOJ의 정책 조정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화는 점차 강세를 띌 것”이라며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달한 가운데 꺾이기 시작한 글로벌 경기 모멘텀(동력)도 엔화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달러화 가치 상승을 제한하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엔화 강세가 원·달러 환율 하방 압력을 키운다는 측면에서 희소식이지만, 현재 원화 가치가 무역수지·경상수지 동반 적자, 은행 위기 속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향후 얼마나 반등할 지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20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4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328.2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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