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 “세상은 무대, 모두는 플레이어”… 체험 콘텐츠 대명사 된 ‘유니크굿컴퍼니’

이은영 기자 2023. 4.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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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형 콘텐츠 플랫폼 ‘리얼월드’ 운영사
직접 개발 넘어 창작자 위한 저작도구도 서비스
“소프트웨어 테마파크 꿈꿔… 50만 방문객 자신”
“그동안의 콘텐츠가 앉아서 무언가를 ‘보거나 듣는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콘텐츠는 ‘경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이용자나 공연 관객이 콘텐츠에 직접 참여하는 체험형 콘텐츠 시장을 이끌고 싶습니다.”

송인혁 유니크굿컴퍼니 대표는 20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용자들은 일방향적인 수동적인 콘텐츠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함께 즐기는 체험형 콘텐츠로 몰려가고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송 대표는 “영화, 드라마,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체험형 콘텐츠를 만들어 내려 한다”라며 “3년 안에 100만명의 콘텐츠 창작자를 확보해 세계적인 체험형 콘텐츠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 성동구 리얼월드성수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스토리 게임을 즐기는 모습. /유니크굿컴퍼니 제공

유니크굿컴퍼니는 체험형 콘텐츠 플랫폼 ‘리얼월드’를 운영하는 6년차 스타트업이다. 특정 장소에서 리얼월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추리 게임 등 스토리 게임을 즐기는 식인데, 증강현실(AR)을 통해 오프라인 공간을 탐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달 기준 누적 이용자 170만명을 기록했다.

유니크굿컴퍼니가 지난해 8월 서울 성수동에 오픈한 330㎡(100평) 남짓한 플래그십 공간은 한 달에 1만명이 방문하는 ‘핫 플레이스’가 됐다. 리얼월드 앱을 통해 게임을 구매해 실행한 뒤 테마별 공간을 오가며 제한 시간 없이 스토리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앱은 이야기를 진행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이용자는 실제 공간을 오가며 단서를 찾아 추리하는 방식이다. 송 대표를 서울 성동구 ‘리얼월드 성수’에서 만났다.

-창업 배경이 궁금하다.

“우연한 기회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체험형 게임을 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지인이 재밌는 것을 보여주겠다면서 알려준 한 오피스텔 방에 가게 됐다. 소파에 앉아 기다리니 TV 화면이 켜졌고 사후 세계와 우주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한참을 듣고 있으니 첫 번째 미션이 주어졌다. ‘경비원 몰래 이곳을 빠져나가라’.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홀린 듯이 게임에 빠져들었다. 결국, 미션을 완수하느라 샌프란시스코 거리를 5시간을 누볐다.

샌프란시스코 관광객을 위한 체험형 게임이었다. 13년 전 일인데 여전히 골목골목이 기억난다. 그 지역의 역사도 이해하게 됐다. 단순한 정보 전달보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기억을 만든다는 걸 알게 됐다. 저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이니, 제가 가진 기술 요소들을 이런 콘텐츠에 접목하자는 생각이 들어 리얼월드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서울 성동구 리얼월드성수에서 만난 송인혁 대표. /이은영 기자

-유니크굿컴퍼니는 게임 회사라기보단 IP 제작사에 가까워 보인다.

“저희의 핵심은 게임이 아닌 ‘스토리 IP(지식재산권)’다. 리얼월드의 체험형 콘텐츠는 웹소설, 웹툰과 결이 같다고 본다. 콘텐츠 하나 개발하는 데 책 한 권 분량의 이야기가 나오니 말이다. 현재 6000개 이상의 체험형 콘텐츠를 리얼월드 앱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내부 오리지널 스토리 팀에서 자체 제작한 것이 300개고 나머지는 이 분야 창작자들이 제작한 것들이다. 특히 범죄현장에서 용의자를 추리하는 역할극인 ‘크라임씬’ 장르가 가장 인기가 많다.

창작자들을 위한 저작도구 ‘리얼월드 스튜디오’도 서비스하고 있다. 크라임씬은 국내 팬덤 30만명가량의 큰 콘텐츠인데, 기존의 크라임씬 게임 창작자들은 각각의 커뮤니티에서 게임스토리를 만들어 일종의 ‘파티형 보드게임’ 형식으로 즐겨왔다. 리얼월드는 이를 모바일 앱으로 가능케 했다. 코딩 없이 간편하게 제작할 수 있다. 제작된 콘텐츠는 창작자가 직접 가격을 매겨 리얼월드를 통해 배포한다. 콘텐츠 저작권은 유니크굿컴퍼니와 공동으로 소유한다.”

-체험형 콘텐츠 시장은 얼마나 성장해 있나.

“글로벌 콘텐츠 패러다임은 읽고 보는 것에서 직접 체험하는 것으로 전환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4~20명이 각자 대본을 읽으며 추리 역할극을 하는 ‘쥐번샤(剧本杀)’ 시장이 지난해 1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추리소설을 읽는 것을 넘어 직접 추리소설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이다. 웹툰 시장이 1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큰 시장이다. 테마별 인테리어와 의상 등을 제공하는 ‘쥐번샤 카페’가 중국에 수만개 생겨나기도 했는데 중국 청년세대 85%가 쥐번샤 카페를 방문한 적 있다고 한다. 미국도 이 시장이 1조원 규모를 넘겼다.

관객이 공연에 직접 참여하는 ‘이머시브(Immersive) 공연’도 떠오르고 있다. 말하자면 무대가 없는 대형 극장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묘한 이야기’, ‘007′, ‘스타워즈’ 등 유명 IP를 대형 세트 공간에 구축한 뒤 수천 명의 관객들에게 캐릭터와 미션을 부여해 배우들과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공연이 인기다.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주연과 조연의 구분이 없고 모두가 주연이 될 수 있다.”

서울 성동구 리얼월드성수 2층 게임 공간. 세트장 곳곳에 붙어있는 단서를 찾아 앱으로 스캔하는 식으로 스토리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이은영 기자
서울 성동구 리얼월드성수 2층 게임 공간. 세트장 곳곳에 붙어있는 단서를 찾아 앱으로 스캔하는 식으로 스토리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이은영 기자

-리얼월드 앱 게임 이외에 어떤 체험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나.

“코로나19 이전에 이머시브 공연을 시도했었다. ‘몽타주 시퀀스’라는 제목의 관객 참여형 공연이었다. 공연 시작 전 배우가 살해당해 범인을 찾는 내용이다. 관객의 역할에 제한을 두지 않아 관객은 어디에 있느냐, 누구를 따라가 뭘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당시 꽤 인기를 끌어 30회 공연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당시엔 소극장을 빌려 공연했었는데, 좀 더 지속 가능한 공연을 위해 큰 규모의 세트장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테마파크’라고 할 수 있다. 최소 50만명 이상은 방문하게 할 자신 있다.”

-익숙하지 않은 분야다. 처음에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쉽지 않았다. 서비스 처음에는 ‘모바일 방 탈출 게임’, ‘야외 방 탈출 게임’으로 설명하곤 했다. 지금은 오히려 이용자분들이 방 탈출에 비교하는 것을 안 좋아하신다. 어느샌가 리얼월드 자체가 체험형 콘텐츠의 대명사가 되었다. 특히 B2G 영역에서는 점유율 97%를 기록하고 있다. 매출도 올해 2월에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액을 뛰어넘었다.”

-국내에 해외여행객이 본격적으로 늘고 있다. 관광벤처 기업으로서 기대가 클 것 같다.

“B2B, B2G 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리얼월드 콘텐츠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의뢰를 받아 제작한 야외형 콘텐츠에서 시작했다. 예를 들자면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 중구 정동길을 배경으로 한 ‘작전명 소원’이라는 제목의 리얼월드 게임을 런칭했다. 숨겨진 독립자금을 찾아 임시정부에 전달하는 내용의 미션 게임이었는데,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알리는 취지였다. 40일 동안 5만3000명이 참여하면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야외형 콘텐츠 수요가 점점 커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콘텐츠 저작도구를 강화할 예정이다.”

-글로벌 사업도 꿈꾸나.

“우선 동남아시아 시장을 보고 있다. 리얼월드 이용자의 80%는 MZ세대인데, 동남아는 7억명 인구 가운데 70%가 이들 세대다. 또 한국과 문화권이 비슷해 한국형 콘텐츠의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올해는 먼저 크라임씬 등 다인용 게임이 국내에서 완전히 자리 잡게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인데,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한 킬러 콘텐츠와 창작자를 확보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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