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이동통신 사업자 쿠팡이 된다면 [베스트 애널리스트 추천 종목]
대통령실에서 2월 15일 통신업계 과점 폐해를 지적하며 경쟁 체제 도입 방안 및 서비스 품질과 요금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알뜰폰 활성화, 중간 요금제 출시 유도, 신규 사업자 진입 방안 등을 준비 중이다.
SK텔레콤은 이미 5세대 이동통신(5G) 중간 요금제를 출시했고 정부는 오는 6월까지 통신 시장 경쟁 촉진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결국 제4 이동통신 도입 논의가 필연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2010~2016년에도 총 7회 차에 걸쳐 제4 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7차례의 시도 과정에서 지원 기업의 재정 능력 미달 이슈로 인해 별다른 결과를 내지 못했다. 당시 정부가 원했던 것과 달리 대기업에서의 신청이 없었던 것은 5년 차 전국망 구축 의무 부여에 따른 막대한 초기 비용, 무선광대역통신(Wibro)이 가진 기술적 한계점 때문이었다.
이번이 과거와 다른 점은 전국망 구축 의무의 정도가 약하고 황금 주파수 공급, 글로벌 표준 기술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에 있다. 특히 이용자가 많은 지역에 자사망을 구축하고 타 지역에서는 이동통신 3사의 구축 설비를 활용하는 형태의 이동통신(MNO)+알뜰폰(MVNO)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또한 B2C 중심의 사업 모델만 존재했던 2010~2016년과 달리 B2B 영역에서의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될 수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08~2020년의 기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 신규 MNO의 진입 사례는 총 15개국 19건으로 조사됐다. 해당 연구원의 평가에 따르면 신규 사업자 진입으로 1위 사업자의 점유율은 1.5~7.4%포인트 수준으로 감소했고 사업자의 서비스 가입자당 평균 수익(ARPU)도 유의미한 수준으로 하락했다.
제4 이동통신 사업자의 예상 후보 기업으로 쿠팡·네이버·카카오·토스·신세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재무 체력, 사업의 유사성, 성장성 확보를 위한 기업의 니즈라는 측면에서 가장 위협적으로 판단되는 후보는 쿠팡이다.
쿠팡은 36조7000억원이 넘는 시가 총액으로 여차하면 주식과 같은 소유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는 지분 금융(equity financing)이 가능하다. 또한 2022년 3분기 이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주파수와 투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이 된다는 의미다. 쿠팡의 멤버십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100만 명에 달하지만 월 멤버십 비용은 4990원으로 통신비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쿠팡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는 2700만 명을 넘어섰고 쿠팡플레이(OTT)의 1월 MAU는 439만 명으로 넷플릭스(1257만 명)와 티빙(515만 명)에 이은 한국 3위를 기록 중이다.
운영 관점에서도 풀필먼트와 물류 부문에 대한 대규모 자본적 지출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감가상각비와 현금 흐름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모델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통신업과 유사하다. 쿠팡은 높은 멀티플을 유지하기 위해 사업의 수평적 확장이 필요하다. 유통에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프라이빗 뱅킹(PB) 상품으로 확장하는 것은 성장 스토리를 유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통신업은 그런 측면에서 쿠팡에는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있다. 쿠팡은 통신 시장 진출을 통해 기존 사업의 내러티브를 강화할 수 있고 매출 37조8000억원, 영업이익 3조5800억원을 창출하는 시장은 충분히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제4 이동통신 사업자인 라쿠텐도 전자 상거래 업체라는 점에서 쿠팡의 통신 시장 진출 가능성은 전혀 터무니없는 전망은 아닐 것이다.
유일한 문제는 쿠팡의 최대 주주가 지분 100%를 소유한 쿠팡 Inc(Coupang, Inc)이고 본사가 미국 시애틀에 있는 외국 기업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외국인 지분 제한 규제로 인해 한국에서는 쿠팡의 독자적인 통신 사업 전개가 불가능하다. 정부가 최근 통신 시장에서의 외국인 지분 제한 규제 완화 검토를 언급한 것도 쿠팡을 포함한 해외 자본이 가진 법적 한계에 대한 고민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제4 이동통신 유치가 확실시된다면 통신 3사의 실적 하향과 멀티플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의 제4 이동통신 도입이 아직은 가능성과 시나리오에 불과한 상황이기 때문에 통신 3사의 목표 주가 선정과 투자 의견에 당장 변화를 줄 생각은 없지만 최소한의 윤곽이 잡히게 될 2~3분기 기간 중에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
2022 하반기 지주회사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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