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尹대통령 방미 앞 "대만 갖고 불장난 마라" 경고…한미 동시 겨냥

내주 한미정상회담서 거론될 듯… 외교부 ”왜곡 말고 언행 신중히" 응수

친강 중국 외교부장. 2023.04.2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국빈 방미를 앞둔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해협 관련 발언 뒤 중국 외교 당국이 연이어 거친 표현을 동원해 불쾌감을 표시했다. 한미 양국을 동시에 겨냥한 공세로 풀이된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은 21일 상하이에서 열린 '란팅(蘭亭)포럼' 기조연설에서 "최근 중국이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도전한다거나 '무력·협박으로 대만해협의 현상을 일방적으로 바꾸려 시도한다'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을 파괴한다'라는 기이하고 황당한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친 부장은 특히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라며 "대만 문제를 놓고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 부장은 '기이하고 황당한 얘기'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외교가에선 최근 대만 문제를 거론한 윤 대통령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잇따랐다.

한중 외교당국은 바로 전날에도 윤 대통령의 해당 인터뷰 내용을 두고 한 차례 '공방'을 벌였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대만 간 갈등에 따를 대만해협 일대 긴장 고조에 대해 "결국 이런 긴장은 힘에 의한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우린 국제사회와 함께 이런 변경을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히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 간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 문제"라고도 말했다.

중국 당국은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이른바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고 합법적 정부 또한 오직 중국(중화인민공화국) 하나란 뜻) 원칙을 무시한 것으로 간주하고 이틀 연속 말폭탄을 쏟아낸 것이다.

앞서 20일엔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윤 대통령 인터뷰와 관련해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이며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다. 타인의 말참견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가 우리 외교부로 초치되는 일도 벌어졌다.

중국 당국은 윤 대통령의 이번 대만 관련 인터뷰 발언이 다분히 의도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오는 26일 미 백악관에서 열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시각'에서 대만 문제를 얘기했단 것이다.

외교가에선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할 공동성명에 대만 관련 언급이 반드시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정상이 작년 5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뒤 채택한 성명에도 '대만해협 평화·안정'에 관한 문구가 들어갔다.

우리 정부는 작년 5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동맹 강화·발전'을 외교 분야 최우선 과제로 삼아 동맹 간 접촉면 확대에 힘써왔다. 중국 당국이 윤 대통령의 이번 대만 관련 인터뷰 발언에 '필요 이상'의 과도한 반응을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친 부장 발언 등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 입장엔 변함이 없다"며 "중국 측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 당국자는 "한국 정부는 한중 양국 간 국격을 지키고 예의를 갖춰 상호존중·호혜 공동이익에 입각해 상호협력을 추진해간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할 것"이라며 "중국 측도 이에 부응해 언행에 신중을 기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