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기 버틸 구조 갖췄나…작년 '성적표'로 본 프롭테크

김서온 2023. 4.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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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방, 작년 매출 역대 최고치에도 영업손실 4배로 불어나
패스트파이브, 작년 영업손실 93억원…판관비 전년比 50%↑
업계 관계자들 "사업·수익화 전략에 따라 프롭테크 업계 구도 지각변동"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프롭테크 기업들의 지난해 '성적표'를 보면 이들의 미래를 대략이나마 진단할 수 있다. 수익성 대신 외형 성장에 치중하면서 적자가 불어난 회사가 있고, 같은 적자에도 성장성이 크게 개선된 기업도 있다. 반면 흑자지만, 매출은 되레 감소한 사례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실적을 통해 이들 기업이 경기 침체기를 버틸만한 체력이 있는지, 회복기에 치고 갈만한 성장동력을 확보했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투자업계도 지난해 프롭테크 기업의 실적과 향후 사업계획을 보며 유망 기업을 판단한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직방은 지난해 883억원의 매출액과 3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58%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지만, 영업손실도 4배 이상 불었다. 지난해 삼성SDS 홈IoT 부문 인수와 인재 채용으로 비용이 급증한 탓이다. 급여와 복리후생비를 포함한 직방의 판관비는 지난해 929억원으로 전년보다 62.7% 늘었다.

프롭테크 기업들의 지난해 '성적표'를 보면 이들의 미래를 진단할 수 있다. [사진=조은수 기자]

공유 오피스 기업인 패스트파이브도 지난해 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마이너스 39억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당기순손실은 255억원으로 전년보다 14% 감소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판관비가 1천279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50% 가까이 증가한 탓이다. 회사 덩치는 커졌다. 지난해 매출액은 1천186억원으로, 전년보다 43% 증가했다.

직방과 패스트파이브는 외형 성장에 집중하면서 영업이익을 챙기지 못한 사례다. 직방의 경우 도어락, 월패드 등의 제조업으로 사업 방향을 틀고 있지만,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았다. 신사업으로 내세운 메타버스와 중개 서비스인 온택트파트너스도 이제는 구체적인 성적을 내야 할 시기다.

건물주로부터 건물 전체 또는 일부 층을 임차해 다시 기업들에 재임차하는 사업을 펼치는 패스트파이브 역시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직방과 패스트파이브 모두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대폭 줄었다. 침체기를 버틸만한 '실탄'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직방의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94억원으로, 전년(1천70억원)보다 44.5% 감소했다. 패스트파이브 역시 지난 2021년 166억원에서 지난해 77억원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추가 투자나 실적 개선 없이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자칫 자금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대여금이 대폭 증가한 것도 주목할만하다. 직방의 지난해 단기대여금은 632억원으로, 전년보다 37.4% 증가했다. 호갱노노(150억원), 슈가힐(141억원), 셰어하우스우주(162억원), 온택트플러스(177억원) 등 자회사에 운영자금 등을 빌려준 것이다. 이 회사들이 수익을 내 직방에 돈을 갚으면 문제가 없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여건이라는 것도 우려 요인이다. 직방은 지난해 손실에 대비해 쌓는 대손충당금을 71억원으로 잡았다. 전년(11억원)보다 6배 이상 늘었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기업 알스퀘어는 성장성이 두드러진 사례다. 알스퀘어는 지난해 1천850억원으로, 전년보다 90% 증가한 매출액을 기록했다. 프롭테크 기업 중 가장 매출액이 많으며, 2배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였다. 다만,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신사업과 인재 채용에 비용이 대거 투입됐기 때문이다.

알스퀘어는 전수조사로 수집한 국내외 업무·상업용 부동산 빌딩 30만 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근 B2B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 투자자문과 투자개발, 자산관리, 물류센터·리테일 임대차 등으로도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상황이다.

드물지만 흑자를 낸 프롭테크 기업도 있다. 주거 중개 서비스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는 지난해 약 1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 2021년에는 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1년 만에 흑자전환했다. 다만, 외형은 축소됐다. 지난해 매출액은 231억원으로, 전년(246억원)보다 오히려 6% 감소했다.

스테이션3 흑자의 비결은 '주머니 통제'에 있다. 스테이션3의 지난해 영업비용은 221억원으로, 전년보다 30억 넘게 줄었다. 특히, 광고선전비(60억원)가 22% 감소했다. 업계는 몸집이 쪼그라든 데다 사업 확장이나 서비스 이용자 유치에 필수적인 광고선전비를 아껴 흑자로 돌아선 것은 전도유망한 기업의 모습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프롭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땐 손실이 나더라도 회사 덩치를 불려 빠르게 성장하자는 식의 전략이 통했지만, 지금은 손실을 메울만한 외부 투자가 불가능하다"며 "덩치만 키운 기업들이 어떻게 사업 전략을 바꿀지, 신사업을 추진한 기업들이 이를 어떻게 수익화할지 등에 따라 프롭테크 업계 구도가 상당히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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