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솔지 작가 "조연출서 작가 된 지금, 비밀의 화원 발견한 기분"[문화人터뷰]
기사내용 요약
국립정동극장 뮤지컬 '비밀의 화원' 작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공상을 좋아했지만 용기가 없었어요. 작가는 늘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이죠. 글을 쓰고 작사하는 지금이 너무 좋아요. 작가가 된 게 제겐 '비밀의 화원'을 발견한 기분이죠."
꽃향기와 함께 닫혀있던 화원의 문이 활짝 열리면 '마법 같은 순간'이 펼쳐진다. 김솔지 작가에게는 무대가 바로 그런 순간이다. 머릿속에서 뛰어놀던 인물들이 무대 위에 고스란히 살아나고 관객들이 같은 감정을 나누는 때다.
뮤지컬 '비밀의 화원'은 1950년대 영국 보육원을 배경으로 퇴소를 앞둔 네 명의 아이가 어릴 적 했던 연극 놀이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하며, 세상을 향해 내딛는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다.
최근 국립정동극장에서 만난 김 작가는 "코로나19로 우울했던 기분을 떨치고 활력과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7년까지 조연출로 활동했던 그는 기획 업무로 전환하려던 차에 회의감을 느끼고 유학을 떠나 극작 공부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돌아오게 됐고 바깥 활동이 단절되면서 무기력하게 지내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작가 일을 고민하며 어릴 적 자신을 설레게 한 이야기를 떠올렸고 '비밀의 화원'을 다시 만났다.
연극 놀이를 하며 책 속과 책 밖의 캐릭터를 오가는 극중극 형식이다. 동화 속 이야기는 원작을 따랐고, 보육원 아이들의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원작 캐릭터가 10살 무렵이라 보육원 아이들도 10대 초반을 상상했어요. 하지만 아동극이 아니잖아요. 초고 땐 13~14세였는데, 수정하면서 18살로 고쳤죠. 제가 원작을 읽으며 힘을 받았듯 이제 막 사회에 나가려는 사람들에게 공감되는 이야기가 될 거라 생각했어요."
자립을 앞두고 마지막 후원 또는 입양 기회를 얻는 보육원의 '오픈데이' 장면에서도 그런 감정이 묻어난다. "저도 취업 준비를 해본 적이 있어요. 그때 나를 뽑아야 하는 이유를 어떻게 말해야 하나 어려웠죠. 잘 보이려 하다 보니 오히려 내가 아니게 되고 어색했어요. 제가 그때 느꼈던 감정을 표현했죠. 일부러 노래는 아이러니하게 밝게 써달라고 했어요."
동화 속에서 병약하다는 이유로 세상과 단절돼 침대에만 갇혀있던 콜린이 비밀의 화원에서 일어나 걷는 장면이나 네 명의 보육원 아이가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마지막 장면에선 김 작가도 뭉클해진다.
"콜린이 걷게 될 때 배우들이 부르는 '할 수 있다고' 넘버 가사는 원작에서 메리가 중얼거리듯 말하는 대사를 반영했어요. 마지막에 에이미, 비글, 찰리, 데보라 네 아이가 각자 길로 떠나는 장면도 좋아해요. 내가 하고 싶은 걸 말해도 될까 고민하다가 해보겠다는 용기를 내는 지점이죠."
김 작가가 "어른의 마음속에 있는 어린아이를 치유하는 이야기"라고 밝힌 작품은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 지난 1일 막을 내린 서울시뮤지컬단의 '다시, 봄'도 김 작가가 썼다. 갱년기와 폐경을 겪으며 자신감을 잃고 외로워진 50대 중년 여성들의 인생 2막을 응원하는 작품이다.
"따뜻한 작품을 써야지 하는 것보단 저 스스로 인생을 살아가며 필요한 말들이 아닌가 싶어요.(웃음) 상처도 잘 받고 용기가 없어서 망설인 경험이 있고, 그런 순간을 극복하길 바라는 거죠. 남들 평가에 휩쓸리기보다 자기가 얼마나 가치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는 게 중요하죠. 관객들이 자기 상황에 대입해 공감하고 힐링됐다는 글을 보며 기분 좋았어요."
뮤지컬 '유진과 유진'으로 2021년 작가로 새롭게 출발한 그는 20편을 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남편의 직업인 중식 요리사의 세계를 그린 작품이나 SF 장르, AI 이야기도 쓰고 싶다고 했다.
"작품을 정말 많이 쓰면 20개 정도라고 예전에 뮤지컬 작법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20편을 모두 쓸 때까지 중간에 사라지지 않고 작가로 잘 활동하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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