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종스님 "'직지', 약탈 문화재로만 보지 말아야"[문화人터뷰]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프랑스 현지인들이 직지를 보려고 긴 줄을 서있는 것으로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열린 특별전에서 '직지' 강연을 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범종 스님은 "프랑스인들이 '직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전시 분위기를 전했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지난 12일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에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직지)를 50년 만에 공개했다. 서지학적으로 현존하는 최초 금속 활자다.
범종스님은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직지'의 편찬배경과 한국불교의 인쇄문화유산'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서지학적으로 현존하는 최초 금속활자로서 직지에 대해 국민들과 세계인들이 관심이 있지만 대다수가 직지 내용에 대해서 잘 몰라서 주로 직지가 어떤 내용인지를 알리는 강연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이번 강연 통역은 2022년 직지 불어번역서 번역을 담당했던 파리 7대학 동양학부 브뤼느통 야닉 교수가 맡았다. 강연 열기는 뜨거웠다. 120석이 하루 만에 사전 예약이 끝났다.
범종스님은 "통역을 맡은 야닉 교수는 고려 시대 경전과 금석문을 전공해서 불교역사를 잘 알고 있었어도 통역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의미를 전달하고 설명하는데 부담이 됐다"며 "그래서 심무도(尋牛圖)를 이용해 명상을 체험해보는 방식을 강연에 도입했다"고 했다.
강연에서 외국인들의 질문은 다양했다. 조선시대 금속활자보다 목판본이 성행한 이유, 직지가 금속활자에서 목판본으로 인쇄되면서 묘덕스님이 이를 주도해서 만들었는데 왜 국가가 주도하지 않고 일반이 했는지, 특별전에서 직지를 보면 어떤 것을 주의 깊게 보는 게 좋은지 등이 나왔다고 한다.
프랑스인들이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을 실감했다는 범종스님은 우리나라가 문화재 가치를 잘 알지 못해 보존하지 못한 안타까운 심정도 털어놓았다.
"우리가 가장 어렵고 힘들게 살았던 때 비록 프랑스인들이 우리의 여러 유물을 가져가기는 했지만 안 그랬다면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에 그 유물들이 소실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어릴 때 옛날 서적을 벽지로 붙이든지 화장일 휴지로 쓰기도 했잖아요. 우리가 그 유물의 가치를 모를 때 프랑스인들이 그 유물을 가져가 그 유물이 잘 보관되지 않았나 싶어요. 프랑스인들이 유물을 약탈해 갔다고만 본다면 해당 문화재는 양국 갈등의 소지가 되고 문화재 보존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아요. 직지가 서지학적으로 가치가 있지만 잘 보존돼서 그 안에 담긴 사상과 철학도 확인할 수 있다는 면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편 직지는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직지는 승려 백운(1298-1374)이 고승들의 어록을 가려 엮고 그 제자 석찬과 달잠이 간행한 불교서적이다. 참선을 통해 스스로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주제들과 선불교 진리를 담고 있어 제자들을 위한 지침서로 사용됐다.
독일에서 1455년경 제작된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78년 앞선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상하 2권이 먼저 인쇄됐다. 1년 뒤 1378년 취암사에서 목판으로 다시 인쇄됐다. 목판본 직지는 1992년 보물로 지정돼 현재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상·하권이 보관되어 있다. 현재 프랑스국립도서관 소장품은 금속활자본 직지 하권이다.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 후 주한대리공사를 지낸 프랑스인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1853∼1922)가 수집해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처음 공개했다. 플랑시가 죽은 후, 직지를 구입한 예술품 수집가 앙리 베베르(1854∼1943)의 유언에 따라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기증됐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한국관 전시, 1972년 '세계 도서의 해' 전시, 1973년 프랑스국립도서관의 '동양의 보물' 전시에서 공개된 것을 마지막으로 그동안 직지 실물이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어 이번 공개는 무려 반세기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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