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작과 끝을 한 팀에서' 이용·박주호 "함께 은퇴하는 그림 생각"
이용 "주호는 내 성장 원동력" 박주호 "용이는 늘 준비됐던 선수"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유년시절 인연을 맺고 나란히 축구화를 신었던 두 선수가 현역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이용(37)과 박주호(36). 대표팀에서도 굵직한 자취를 남겼던 두 선수가 바로 그런 케이스로, 수원FC에서 함께 황혼기를 보내며 마무리를 준비 중이다.
경기도 하남에서 성장한 이용과 박주호는 1998년인 초등학교 6학년때 서울의 우이초로 함께 전학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후 국가대표를 제외하고는 같은 팀에서 뛰지 못했던 둘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원FC에서 팀 동료로 함께 하고 있다.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뉴스1과 만난 이용과 박주호는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 "친한 사이가 아니라 함께 사진 찍는 것이 어색하다"는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절친한 사이임을 나타냈다.
둘의 인연은 벌써 26년이 됐다. 이용은 "어린 시절 하남에서 지냈는데, 당시 하남시에는 축구부가 있는 초등학교가 한 곳도 없었다. 축구교실을 했던 한 감독님이 서울 인수중에 축구부를 창설하기 위해 하남시에서 공을 좀 찬다는 초등학생 10여명을 서울 우이초로 전학시켰다"며 "6학년 후반기에 전학을 가면서 축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주호도 그때 처음 만났다"고 설명했다.
이용은 "주호는 어린 시절부터 하남시에서 축구도 잘하고, 빠른 선수로 유명했다"면서 "그때도 지금처럼 장난기도 많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스타일이었다"며 첫 만남을 돌아봤다.
이용과 박주호는 축구를 시작하면서 붙어 다니는 시간이 많았다. 당시 살던 집도 같은 방향이었고, 그 덕에 둘의 부모님들도 지금까지 친하게 지낸다.
박주호는 "당시 나와 용이가 선수들 중에서 키가 제일 작았다. 체구도 비슷하고 집 방향이 같아서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며 "그러나 중학교 진학 때 용이가 전학을 간 이후 같은 팀에서 뛴 적은 없었다. 하지만 중고등학생 때도 시간이 나면 동네에서 서로 만나는 등 쭉 인연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둘은 다른 길을 걸었다. 박주호는 U-20 월드컵에 참가하는 등 연령별 대표팀에 꾸준히 뽑히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일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스위스(바젤), 독일(마인츠‧도르트문트) 등을 거쳤다. 그리고 2010년부터 A대표팀의 부름을 받으며 대표팀에서도 활약했다.
이용은 박주호에 비해 늦게 빛을 봤다.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지 못한 이용은 2010년 울산 현대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를 밟아 시작부터 꾸준히 주전으로 활약했다. 소속팀에서 두각을 드러낸 이용은 2013년 A대표팀에 데뷔할 수 있었다. 이후 K리그 강호인 전북 현대로 이적하는 등 K리그를 대표하는 풀백으로 자리 잡았다.
이용은 "연령별 대표팀을 계속 거친 주호가 좋지 않은 제안을 받고 일본으로 진출한 것은 도전이었다. 주호의 이런 도전이 부럽기도 했다. 이후 멀리서나마 응원을 했다"면서 "주호가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더 열심히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주호의 활약이 성장의 큰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의 말을 들은 박주호는 "사실 용이는 빼어난 재능을 어릴 때부터 갖고 있었다. 하지만 운이 따르지 않아서 빛을 늦게 본 케이스"라면서 "늘 자신의 재능을 키우면서 준비가 돼 있던 선수였다. 그렇기 때문에 울산과 전북 그리고 대표팀 내 경쟁에서도 빠르게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초등학교 이후 대표팀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같은 팀에서 뛰지 못했던 둘은 지난해 하반기 이용이 수원FC로 단기 임대 이적하며 호흡을 맞출 수 있게 됐다. 이어 올 시즌 수원FC로 완전 이적하며 둘은 마지막도 함께 하는 사이가 됐다.
이용은 "농담으로 주호와 한 번은 같은 팀에서 뛰어야 하지 않냐라고 얘기했는데, 현실로 이뤄졌다. 주호가 가장 먼저 반겨주고 잘 도와줘서 잘 적응도 하고 있다"면서 박주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박주호는 이용에게 최근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해 이용이 카타르 월드컵 출전을 위해 개인 운동을 할 때도 박주호가 함께 했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 둘이 함께 방송에 출연할 때도 방송 경험이 많은 박주호가 옆에서 힘이 됐다.
친구의 고마움 표시에 박주호는 "사실 나는 카타르 월드컵에 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용이가 3번째 월드컵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혼자 운동하면 더욱 힘든 것을 알고 있어서 개인 운동을 할 때 옆에서 함께 했다.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둘이서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고 덤덤히 말했다.
이어 "방송도 재밌었다. 사실 나도 생방송이 처음이어서 많이 긴장했는데, 첫 방송을 마친 뒤에는 재밌게 임했다. 또한 대표팀 선수들을 잘 알고 가장 최근까지 대표팀 생활을 했던 용이가 함께해서 많은 정보를 듣고 공유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미 3자녀의 아빠인 박주호는 "최근 용이가 아이를 가졌는데, 나중에 육아와 관련해서 도움을 줄 생각도 있다"면서 "아이를 안는 법부터 시작해서 소통하는 법 등에 대해 알려주겠다"고 웃었다.
이용과 박주호는 K리그1 전체에서도 고령에 속하는 베테랑이다. 둘 모두 이제 '마지막'이라는 단어에 덤덤할 정도로 끝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박주호는 "언제 은퇴를 해도 상관없는 시기가 왔다. 늘 박수 받을 때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의미 없이 팀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는 마음이 없다"면서 "끝을 향해가는 시기에 절친한 용이와 같은 팀에서 뛰고 있다는 점, 시작과 끝을 함께 한다는 점이 스스로에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용 역시 "주호와 1~2년 더 함께 뛰고 같이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주호는 빨리 그만둬야 한다고 말하지만 옆에서 보면 충분히 더 뛸 수 있는 몸 상태"라면서 "최근 들어 함께 은퇴하는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박주호와의 함께하는 선수 생활 황혼기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제 2의 인생을 설계중인 둘은 은퇴 후에도 함께할 가능성이 있다. 박주호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못 세웠지만 방송일을 계속하면서 축구 쪽 일도 병행할 생각"이라며 축구인의 삶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 역시 "축구 지도자를 준비 중"이라며 은퇴 후에도 축구와 인연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dyk06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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