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이색 장례식…'차차차원이 다다른 차원'[강진아의 이 공연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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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객이 된 관객들은 신나게 춤을 춘다.
천 년에 한 번 열리는 '차차차원의 틈'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차차차원이 다다른 차원'은 검은 옷을 입은 신묘한 까마귀 넷이 관객들의 이름을 부르며 시작된다.
공연 전 자신이 선택한 색깔에 따라 로비에서 네 팀으로 나뉘는 80명의 관객은 그들이 이끄는 대로 차원의 틈에 입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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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조문객이 된 관객들은 신나게 춤을 춘다. 천 년에 한 번 열리는 '차차차원의 틈'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약 80분의 시간 속에 '차차차'를 외치며 몸을 흔들게 된다.
'차차차원이 다다른 차원'은 검은 옷을 입은 신묘한 까마귀 넷이 관객들의 이름을 부르며 시작된다. 공연 전 자신이 선택한 색깔에 따라 로비에서 네 팀으로 나뉘는 80명의 관객은 그들이 이끄는 대로 차원의 틈에 입장한다.
이곳엔 이미 까마귀들이 저승길 앞에서 낚아챈 네 명의 영혼이 각 공간에 나뉘어 배회하고 있다. 기억을 잃은 이들은 홀린 듯 먼 곳을 응시하고 알 수 없는 말을 읊조린다.
정해진 좌석은 없다. 서 있거나 바닥에 앉아 자유롭게 느끼면 그만이다. 까마귀가 보내는 신호에 맞춰 동작을 따라 춤추며 네 영혼을 차례차례 만난다. 입장 전 '사랑과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막걸리 칵테일 한 잔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춤을 잘 추든 못 추든 상관없다. 내 방식대로 즐기면 최고인 공연이다.
네 영혼은 이승의 마지막 기억의 파편을 하나씩 떠올린다. 누군가는 정신없이 소란스러운 장례였고, 또다른 누군가는 처절하게 고독한 장례였다. 이승의 끝은 자신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우울해하고 슬퍼하는 영혼들에게 까마귀들은 장례를 다시 치를 수 있다며 솔깃한 제안을 한다. 다만 함께여야 하는 조건이다.
벽은 사라진다. 모두의 마음을 끌어모아 네 영혼 사이의 벽을 열어젖힌다. 그리고 이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관객들의 마음속 벽도 허물어뜨린다.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몸으로 소통하고 호흡하는 관객 참여형 공연의 묘미다.
가운데 동그란 무대를 둘러싼 관객들과 함께 네 영혼의 '진짜' 장례식이 펼쳐진다. 엄숙하고 조용한 장례를 원한 이는 위로의 묵념을 올린다. 장례를 하지 않겠다고도 하고, 들썩거리며 화려한 축제가 되기도 한다.
한 명, 한 명 원하는 장례를 말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 자신이 투영된다. 언제일지 모를 나의 장례식을 자연스레 그려보는 동시에 지금의 나를 더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다. 영혼을 위로하는 포옹을 나누며 느껴지는 따뜻함과 미세한 떨림엔 괜스레 뭉클해진다. 때론 말 한마디보다 사람의 온기가 전하는 위로가 더 큰 법이다. 현재의 나에게 "잘하고 있다"고 다독여 주는 응원 같은 공연이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며 현대음악과 힙합이 섞인 10곡이 펼쳐진다. '몸의 윤리', '물질', '커뮤니티 대소동' 등 장소 특정·관객 참여형 작품으로 몸의 언어를 탐색해 온 이진엽이 연출했다. LG아트센터 서울이 마곡으로 옮긴 후 선보이는 새 기획공연 '크리에이터스 박스' 첫 번째 프로젝트다. 23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공연.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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