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고, 끼이고… 끝나지 않은 비극 [경기도 근로자 재해실태 보고서_6]
도내 건설·제조업 집중...산재 사망률 최근 3년 75% 육박
6. 경기도에서만 年200명 “떨어지거나 끼어서 죽는다”
경기도에서 매년 200명 이상의 근로자가 근무 중 뜻하지 않은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다.
특히 이들의 약 70%는 건설업이나 제조업에 종사하다 ‘떨어지거나 끼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 경기도 근로자, 매년 200명 이상 사고로 ‘운명’…서울보다도 3배 ↑
경기도 근로자의 산업재해 실태를 집중 보도하고 있는 경기일보 K-ECO팀은 도내 ‘사고 사망자’에 집중했다.
산업재해로 피해를 본 근로자는 재해자, 사고재해자, 질병재해자, 사망자, 사고사망자, 질병사망자 등으로 나뉘는데 이번엔 사고 사망자에 맞춘 것이다. 따라서 본 기사에선 ‘업무상 질병 사망’에 대한 통계는 제외됐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작업 중 사고로 사망한 경기도내 근로자는 총 25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도내 사고 사망자는 증가 추세다. 지난 2018년 233명에서 2019년 217명으로 소폭 줄어든 도내 사고 사망자 수는 이듬해(2020년) 16명 더 늘어 235명을 기록했다. 이어 2021년에는 잠시 15명 감소했지만 지난해 257명으로 집계, 무려 37명이나 증가했다.
시·도별로 분석해도 경기도의 사고 사망자 수는 단연 ‘압도적’이다. 지난해 전국에선 총 874명의 산재 사고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 중 경기도에서만 257명(29.4%)이 나와 1위를 차지했다. 2위를 기록한 서울(85명)과도 3배 차가 난다.
■ 지역 주력 업종과도 연결…10명 중 8명 건설·제조업자
경기도에서 연간 수백명의 산재 사고 사망자가 생겨나는 배경에는 경기도의 주력 산업이 건설업과 제조업이라는 점과 연관이 있다.
특히 사망과 직결되는 ‘추락·끼임 사고’의 상당수가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빈발하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2020~2022년) 경기도 건설업에서의 누적 사고 사망자는 총 376명으로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많았다. 158명의 사망자를 낸 제조업은 건설업에 이어 2위였다.
더욱이 이들 업종이 전체 업종(712명)에서 차지하는 산재 사고 사망률은 75%에 육박했다. 사고 사망자 10명 중 8명 가까이가 제조 공장과 건설 현장에서 불의로 발생한 것이다.
■ “떨어져 죽거나, 끼여 죽거나”
그렇다면 이들이 생을 마감하게 된 사고 원인은 무엇일까.
산재로 인한 사고 사망의 원인은 ‘떨어짐’, ‘끼임’, ‘깔림·뒤집힘’, ‘무너짐’, ‘부딪힘’ 등으로 분류되는데, 큰 틀에서 보면 건설업은 ‘떨어짐’, 제조업은 ‘끼임’으로 볼 수 있다.
지난 3년간(2020~2022년) 경기도 건설업종에선 전체 누적 사고 사망자 376명 중 196명(52.1%)이 가장 많이 ‘떨어져’ 죽었고, 제조업에선 158명 중 47명(29.7%)이 ‘끼여’ 목숨을 잃었다.
아울러 ‘떨어짐’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건설업과는 달리 제조업은 사고 사망 원인이 고르게 분포하는 경향도 보였다.
제조업에선 ‘끼임’(47명, 29.7%)에 이어 ‘떨어짐’(42명, 26.5%), ‘깔림·뒤집힘’(13명, 8.2%) 등 사인이 다양했다. 또 ‘이상온도 물체 접촉’(1명)과 같은 비교적 생소한 원인으로 사망한 근로자도 존재했다.
■ 서비스업 사망도 해마다 증가…목숨 위협하는 건물 관리·청소 업무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주로 서비스업이 포함된 ‘기타의 사업’에서도 건설업과 제조업 못지 않게 사고사망이 많다는 점이다.
‘기타의 사업’의 사고 사망자 수는 ▲2020년 28명 ▲2021년 38명 ▲2022년 45명으로 해마다 규모가 늘었고, 매년 건설업과 제조업에 이어 사고 사망이 많은 세 번째 업종으로 꼽힌다.
‘기타의 사업’을 중(中)업종별로 나눠보면 지난해의 경우 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에서 사고 사망이 2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업종에는 위험성이 높은 보수 작업이나 야간 작업 등이 많은 건물 관리 및 청소 업무 등이 포함돼 있는데, 주로 60세 이상의 고령의 근로자가 이 같은 작업을 하다 떨어지거나 부딪혀 사망한 것으로 풀이된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해당 기사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경기지역 사고사망자 데이터(2018~2022년)’, ‘경기지역 업종별 사망재해 현황(2020~2022년)’ 자료를 취합해 작성했습니다.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김정규 기자 kyu5150@kyeonggi.com
이은진 기자 ejlee@kyeonggi.com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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