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돈봉투 전달’ 송영길 보좌관, 이재명의 ‘성남 멤버’였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의 보좌관이 ‘이재명 성남시’에서 이재명 대표 최측근 그룹에 속했던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박모씨는 윤관석 의원이 2021년 4월 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주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검찰에 소환 통보를 받은 인물이다. 당내 일각에선 “박씨가 송 전 대표와 이 대표 양측 사이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정치권에 따르면, 박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11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성남시 행정기획조정실 행정지원과 비서관(일반임기제·7급)으로 3년 넘게 일했다. 공무원 임용 시험이 아닌 경력 공채를 거쳐 합격한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 자리다. 당시 행정지원과엔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 장형철 전 경기연구원 부원장, 이 대표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 카드 유용 의혹’에 연루된 배모씨 등 ‘성남 원년 멤버’들이 있었다. 이와 함께 이 대표 수행 비서 출신으로 과거 집단 폭행 전과가 있는데도 ‘이재명 지도부’ 체제에서 민주당 국장급 당직자로 채용돼 논란이 됐던 김모씨 역시 같은 부서에서 일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행정지원과 일부 조직은 이재명 시장 친위 조직이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전북 출신으로 과거 ‘노사모’와 ‘정통(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에서 활동하던 박씨는 정청래 의원 비서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별다른 경력이 없던 박씨가 성남시에 채용된 데는 정동영 전 의원과 이 대표를 동시에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의 알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사 역시 정진상 전 실장과 같이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한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이재명 대선 후보 선대위에서 고위직으로 일했다. 박씨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에 출마하려고 성남시장 자리를 내려놓은 2018년 2월 다른 ‘어공’들과 함께 성남시에서 나왔다. 박씨는 이후 송 전 대표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돈 봉투 논란이 터진 2021년 전당대회 때 송영길 캠프에서 활동했고, 송 전 대표가 당선되자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에 임명됐다.
송영길 지도부 체제에서 치른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송 전 대표가 이 지사를 지원한다는 의미의 ‘이심송심(李心宋心)’이라는 말이 나왔다. 송영길 지도부가 이 대표에게 유리하도록 편파적으로 경선을 관리·운영했는데,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인 박씨가 중간에서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박씨가 이 대표 측과 얘기가 잘된다는 말을 사석에서 여러 차례 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박씨가 성남시에 들어온 건 이 대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이 대표 측근도 아니다”라며 “이 대표가 당에서 대선 후보로 뛴 이후로도 별다른 역할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박씨는 송 전 대표가 당선된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가 전달되는 과정의 ‘중간책’ 역할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돈 봉투를 윤 의원에게 전달할 때마다 박씨에게 ‘전달했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 사건 피의자인 강래구씨가 지역상황실장들에게 건넨 현금 일부에 대해 박씨가 중간에서 전달자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