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간 1200% 수익률…'한국형 가치투자'로 수익낸 비결은?

김사무엘 기자, 김윤희 PD 2023. 4. 2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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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꾸미]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 인터뷰①


대학생 투자 동아리로 시작해 현재는 3조원이 넘는 자산을 굴리는 VIP자산운용의 최준철·김민국 대표는 '한국형 가치투자'의 전도사로 통한다. 상따(상한가 따라잡기)나 차트 매매 같은 단타만 난무하던 한국 증시에서 저평가 가치주 중심의 장기투자로 지난 20년 간 누적 1200% 가량의 수익률을 올렸다. 연 평균 14%의 수익률이다.

한국에서도 가치투자가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최준철 대표는 가치투자에 대해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낮은 리스크와 적당한 리턴(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이라고 정의했다. 단순히 싼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좋은 기업을 골라 장기간 투자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확률을 높여나가는 전략이다.

최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 증권 전문 유튜브 채널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와의 인터뷰에서 "가치투자는 단기성과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장기성과에 대한 욕심은 부린다"며 "차근차근 수익률을 쌓아 올리면서 복리효과를 통해 더 큰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준철 대표와의 인터뷰 풀영상은 유튜브 채널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 최근에 '한국형 가치투자'라는 책을 내셨는데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가치투자란 무엇인가요?
▶최준철 대표 : 가치투자란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낮은 리스크와 적당한 리턴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입니다. 가치투자의 반대말은 모멘텀 투자인데요. 주가가 오르니까 따라서 사는 전략이죠. 철저하게 분석하지 않고 투자를 하는 것도 가치투자로 보기 어렵습니다.

예를들어 약속장소에 가야하는 상황이라면요. 가기 전에 내비게이션도 보고 지도도 보면서 미리 경로를 탐색하겠죠. 이게 철저한 분석에 해당합니다. 약속장소에 가기까지 길이 막힌다든지 버스가 안 온다든지 하는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러면 10~20분 먼저 출발할 수 있는데 이게 안전마진 개념입니다. 더 확실한 방법은 지하철 같은 예측 가능한 수단을 쓰는 거겠죠. 가치투자는 이런식으로 철저히 분석하면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투자전략입니다.

Q. 가치투자는 안전하지만 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데요.
▶일단 가치투자는 단기에 빨리 돈을 벌고 싶은 분들한테 맞는 방법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치투자자들이 수익률에 욕심이 없느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단기성과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장기성과에 대한 욕심은 부립니다. 수익률을 안 깨먹고 차근차근 쌓아 올리면 결국은 복리의 마법이 발휘되면서 수익률이 커질 수 있다는 거죠.

VIP자산운용도 2003년부터 현재까지 공식 수익률이 연평균 14%에요. 14%하면 '에이~ 별로네'하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20년 동안 꾸준히 수익을 올리면 1200%가 넘습니다. 원금의 13배가 되는거죠.

Q. 가치투자로도 텐 배거(10배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종목) 투자가 가능한가요?
▶보통 텐 배거 하면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종목을 생각하는데요. 저희가 20년 간 가치투자를 하면서 10배 이상 수익을 낸 종목은 오히려 그렇게 핫하지 않은 산업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예를들어 제가 2001년 개인 투자자 시절부터 투자했던 동서는 한 해에 100% 이상 올랐던 적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2001년부터 2015년까지 14년 동안 주가는 16배 정도 올랐거든요.

오리온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거의 대부분 종목이 하한가를 맞았을 때 샀습니다. 9.11 테러랑 초코파이랑 무슨 상관이냐하는 마음도 있었고 당시에 워낙 저평가 돼 있던 종목인데 주가가 더 빠지니까 매수를 한 거죠. 오리온은 그렇게 오래 보유하진 않았는데 지금 주가를 보면 당시보다 20배 정도 올라 있습니다.

Q. 저평가 가치주를 발굴하는 노하우를 알고 싶은데요.
▶팁에 앞서서 먼저 가치투자의 원칙을 말씀드릴게요. 우선 철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이 회사의 사업이 어떤 사업이고, 어떻게 돈을 벌고, 미래 방향성은 무엇이고, 경영자는 어떤 사람이고 등등 이런 것들을 다 알아야 한다는 의미인데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라면 사실 쉽지 않습니다.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자기가 잘 알고 있는 분야를 공략하는 거예요. 만약에 내가 게임 덕후라면 반도체 이런 거보다 게임주들을 알아보는거죠. 이 회사의 게임은 어떻고, 신작 게임의 방향성은 무엇이고... 이 회사의 가치는 이정도 돼야 하는데 왜 다른 회사가 더 시가총액이 높지? 하는 것들을 더 직관적으로 잘 알 수 있겠죠. 저도 처음에 투자할때는 주변에서 접하기 쉬운 커피믹스 회사(동서), 초코파이 회사(오리온)에 투자했으니까요.

또 하나의 원칙은 숫자에 친숙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거는 어려운 거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가 외국인과 대화하기 위해 영어를 배워야 하는 것처럼 기업과 대화하기 위해선 어느정도 회계나 숫자를 파악해야 하거든요. 그 중에서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변화하는 숫자입니다. 이익이 정체돼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확 올라간다든지 이런게 숫자로 보이거든요.

Q. 가치주를 찾을 수 있는 보다 쉬운 방법은 없을까요?
▶첫번째로는 배당주 투자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배당주는 꽃놀이패 같은 겁니다. 투자하면 크게 잃을 건 없고 얻을 건 많은 투자가 배당주 투자에요. 예를들어 배당수익률 5%짜리 종목이 있다고 하면 주가가 올라가면 좋은 거고 주가가 안 올라도 1년에 5%씩 배당 받으면 됩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배당수익률이 6%, 7% 이렇게 오르니까 주가가 떨어질때마다 사 모으면 돼요. 그리고 회사가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건 돈을 잘 벌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배당을 안 주는 회사에 비해 주주들을 더 생각하는 거죠.

또 다른 팁은 내부자의 매매를 보는 겁니다. 회사의 CEO(최고경영자)나 주요 임원은 그 회사의 사정을 잘 알겠죠. 이들이 회사 주식을 샀다면 앞으로 주가를 좋게 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도 마찬가지고요.

2020년 초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했을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자기 회사 주식을 엄청 많이 샀어요. 당시 저희도 현대차 투자를 고민하고 있던 시기였는데 정 회장의 주식 매입 공시를 보고 바로 투자를 결정했고 꽤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Q. 저평가 주식은 저평가 받을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싸다고 생각해서 샀는데 만년 저평가를 벗어나지 못하는 주식이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평가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걸 밸류 트랩(저평가 함정)이라고 하죠. 밸류 트랩을 피하기 위해선 분산을 하셔야 해요. 예를들어 걸그룹으로 치면 10명을 데뷔시킨다고 해서 다 뜨는 게 아니잖아요. 한두명만 뜨거나 어떤 멤버 중에는 불미스런 일로 탈퇴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기획사 입장에서는 솔로가수로 데뷔시키는 것보다 걸그룹으로 구성해서 데뷔시키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투자도 이런식으로 분산을 잘 하셔야 하고요.

두번째로 보는 게 촉매입니다. 촉매란 아직 시장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발현만 되면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는 요소인데요. 개별종목 분석을 통해서 시장이 잘 모르는 촉매들이 있는지 알아보는 거죠. 저평가 요소가 해소될만한 촉매를 많이 가진 종목일수록 좋습니다. 이런 종목들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포트폴리오 전체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확률을 계속 높여가는 거죠.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김윤희 PD realkim1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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