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 기본 원칙 언급에도 막말 위협 中, 외국 협박에 굴복하자는 野

조선일보 2023. 4. 22.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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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친강 외교부장은 21일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제 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대만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노골적 협박을 한 것이다. 전날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외교부 지적대로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하는 일이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는 유엔이 일관되게 견지하는 국제 원칙이다. 미국·유럽 등 서방 지도자들도 이 표현을 자주 쓴다. 대만을 침략해 전쟁을 일으키지 말라는 이 원칙을 누가 거부할 수 있나. 중국이 대만을 침략하면 우리도 직접 타격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도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냈었다. 그런데도 중국이 무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을 미리 압박하려는 것이다. 주변국을 얕잡아 보는 중국의 오만한 대국주의와 문 정부의 극단적 대중(對中) 저자세가 양국 관계를 오도한 탓도 크다.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1일 상하이에서 열린 '란팅 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

중국은 전 세계 50여 국에 100개가 넘는 비밀 경찰서를 몰래 운영했다. 정찰 풍선을 띄워 미국 등 세계 40여 국의 영공을 침범했다. 남중국해에선 주변국 해역을 침범해 가며 인공섬을 만들었다.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수시로 넘나들고 서해 중간선 너머로 군함을 보냈다. ‘사드 보복’도 모자라 ‘3불(不)’을 강요했다. 남의 나라 주권은 침해하면서 한국이 국제적으로 확립된 평화 원칙을 언급했다고 ‘불타 죽을 것’이라고 극언을 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중국의 잘못된 태도를 지적하기는커녕 “양국 관계 악화에 기름을 부었다” “대만 문제 불개입 원칙을 관철하라”고 했다. 현 정부와 문 정부의 대만 관련 입장이 같다는 사실도 모르나. 아무리 정부에 대한 공격이 우선인 야당이라고 해도 나라의 주권 자체를 위협하는 외국에 대해선 용납하지 않겠다고 해야 한다. 이 대표는 이런 중국 협박에 굴복하자는 것 아닌가. 이 대표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해 짓밟고 있는 러시아가 연일 우리를 위협하는 것에 대해서도 굴복하자고 한다. 침략국 러시아의 어떤 위협에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나라들 그 누구도 굴복하지 않고 있다. 세계 10위권 국가의 다수당은 최소한의 국제적 책임감은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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