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코리아] 尹에 쓴소리해주는 사람이 ‘진짜 청년’
‘사장 아들’ 같은 주최측 인물 말고 “이건 아니다” 고언해줄 청년을
빨간불이라는 수식어로도 모자란다. 말 그대로 처참히 무너지고 있다. 정부·여당에 대한 청년들의 지지율 이야기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에 대한 20대와 30대의 지지율은 각각 21%를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그보다 낮은 10%대 중반이었다. 온라인 플랫폼이나 커뮤니티에서 표출되는 날것의 여론은 더욱 심각하다. 그 공간에서 여당 지도부는 이미 웃음거리가 됐다. 출범 이래 온갖 실언이 끊이지 않은 탓이다.
국민의힘도 이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고는 있는 것 같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 10일 비공개회의를 열고 청년층 포섭 방안을 논의했다. 배현진 조직부총장, 김병민 최고위원,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등 당내 1980년대생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이후 대변인단에 청년들을 대거 임명하고 당대표 직속 청년 정책 기구 신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걸 보면 그 자리에서 공감한 위기의식이 얼마나 엄중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청년층을 끌어안으려는 그들의 노력이 썩 효과가 있으리란 느낌은 들지 않는다. 각종 옵션을 추가한다고 자동차 엔진 결함을 해결할 순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라도 청년들과 접점을 높이려는 당 지도부의 의지는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의지가 실효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청년 지지율이 낮으니 청년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청년 정책을 늘리면 된다는 발상부터가 일차원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수년 전부터 청년들을 주요 당직에 두루 기용했고 2019년부터는 청년미래연석회의라는 이름의 청년 의제 발굴 회의체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활동을 게을리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 시기 적잖은 청년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그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들이 국힘 지도부다. 그런데 정작 ‘청년 정책이 부족해서’ 청년들이 지지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지금 그들의 모습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진단이 잘못되니 처방도 겉돈다. 정부·여당의 청년 지도부 및 관계자가 모인 ‘청년 당정대(당·정부·대통령실)’는 지난 13일 중소기업 청년 노동자 3명을 초청해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달 24일 MZ 노조와 ‘치맥 회동’한 이후 두 번째다. 당초 이들은 이 행사를 통해 당이 청년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젊고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또 윗분들의 심기를 거스를 순 없었던 모양이다. 적당한 선에서 장단을 맞춰줄 청년이 앞에 나섰다. 하필 그게 ‘사장 아들’이었다. 논란은 더 커졌다.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청년층이 강하게 반발하는 ‘69시간 노동제’에 대해 “현장에선 찬성하는 분이 많다”는 소리가 나온 것만으로 그 간담회가 2030세대의 공감을 얻지 못했으리란 건 자명하다. 이런 보여주기식 간담회는 수백, 수천 번을 해도 헛수고다.
정치권이 청년들을 대할 때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청년이라는 테두리를 설정하는 것이다. 청년들에게 청년 이슈를 묻고, 청년 정책으로 지지를 호소한다. 청년이니까. 하지만 2030 유권자들이 그것만으로 정당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지는 않는다. 당 구성원들이 하는 말의 품위, 의원 개개인의 역량, 그들이 보여주는 갈등 수준 등 당의 모든 것이 호감도를 결정하는 판단 근거가 된다. 이런 데서 크게 까먹으면 청년 정책으로 조금 딴다고 해도 결국은 청년들의 지지를 잃는다.
지금 정부·여당에 필요한 건 얼굴마담이 되어 줄 근사한 청년이 아니다. 신통한 청년 정책도 필요 없다. 비록 언론에 사진 한 장 나가지 않을지라도, 당의 정책과 비전이 국민의 보편적 정서와 어긋나고 있을 때 “이건 아니다”라며 제대로 고언해줄 사람부터 찾는 게 먼저다. 지금 국민의힘의 위기도 거기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청년의 시각과 목소리라는 건 그런 데서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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