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노재팬’은 없다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2019년 ‘노재팬(No Japan·일본 상품 불매)’ 운동 때 들리던 구호다. 요즘 풍향은 정반대다. 올해 일본에 여행 간 외국인 3명 중 1명은 한국인이라고 한다. 젊은 층이 국내에서 하이볼을 즐기게 되자 일본 위스키 ‘산토리’는 구하기도 어렵다. 일본 노래가 멜론 차트에 처음 진입했고 ‘마츠다 부장’의 오사카 음식 소개 채널도 인기다.
동해를 건너온 ‘J웨이브’는 올해 특히 극장가에서 두드러졌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세운 역대 일본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스즈메의 문단속’이 한 달 만에 갈아 치울 정도였다. 두 애니메이션이 모은 한국 관객은 1000만명을 바라본다. 1분기에 개봉한 한국 영화들이 죽을 쒔고 애니메이션에선 일본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전에 없던 쏠림 현상이다.
최근 반일 영화들은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과거엔 ‘일본을 이기고 싶다’는 심리가 흥행을 도왔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피해 의식이 없다.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리며 극일(克日)을 이룬 셈이다. ‘재미있으면 본다’는 실용주의에 따를 뿐 콘텐츠의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일본 애니메이션도 한국 작화 스튜디오가 없다면 제작이 곤란할 정도로 큰 일감을 한국에 맡기고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만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문을 중요하게 사용한 ‘도깨비’가 내게 영감을 줬듯이 일본인은 한국 드라마를 즐기고 한국인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본다”며 “서울 거리에 서면 (과거가) 그립다는 느낌도 들고 어느 부분은 도쿄의 미래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은 정치 상황이 파도처럼 출렁여도 문화적으론 서로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일본 전체의 트라우마라 할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엔터테인먼트로 담은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위로를 받았다는 한국인이 많다. 비극으로 일상이 단절됐을 때 어떻게 회복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지 매력적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스즈메의 문단속’ OST의 주인공인 일본 밴드 래드윔프스는 오는 7월 내한 공연을 한다. ‘노재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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