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에서 양지로… 日 ‘야동’ 배우들, 유튜브 타고 한국으로 진격
팬미팅부터 광고 촬영까지
넷플릭스도 신규 예능 제작
시미켄, 츠보미, 메구리….
나는 절대로 모르지만 내 친구들은 다 아는 그 이름, 바로 일본 AV(Adult Video) 배우들이다. AV는 쉽게 말해 ‘야동’이다. 한국에서는 불법. 어둠의 경로로 알음알음 찾아보던 영상 속 맨살의 배우들이, 이제 의복을 제대로 갖춘 채 유튜브 등을 타고 국내 시청자를 공략하고 있다. 음란한 직업, 도덕관념에 유해하다는 일각의 비판에도 이들의 행보는 연일 확장세다. 음지에서 양지로.
◇온라인 ‘성진국’ 외교대사
그 시초는 시미켄(44)이다. 26년간 1만여 편의 야동에 출연한 가히 전설적인 인물로, 야동 배우로는 처음 2019년 ‘아무튼, 주말’ 와이드 인터뷰 기사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그해 한국 유튜브 계정 ‘시미켄TV’를 열었고 현장성에 기반한 폭넓은 성(性) 지식으로 젊은 세대의 전폭적 인기를 확보하고 있다. “건강한 성인식을 위한 정보를 공유한다”는 이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71만명. 이제는 일본 발음을 딴 ‘심익현’이라는 한국명으로 더 자주 불린다.
높은 인지도는 광고 섭외로 이어지고 있다. 단백질 보충제, 모바일 게임 등에 이어 최근에는 한 의류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16일에도 시미켄은 서울 홍대 앞 거리에서 행인들을 즉석 섭외해 함께 노니는 영상을 업로드하는 등 친한(親韓)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 성공은 다른 AV배우들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조회수 보장… 한국 연예인도 “어서 옵쇼”
모모나가 사리나, 다카스기 마리 등 여배우들이 뒤이어 한국행 유튜브 열차에 올라탔다. 오구라 유나(25)의 경우 입소문만으로 구독자가 46만명을 넘겼다. 동료 배우를 초청해 대화를 나누거나, 성인 업계의 궁금증을 대답해주는 등의 짧은 입담 영상이 대부분. 댓글 중에는 “(야동을) 오랫동안 불법으로 봐왔으니 외상값 갚는 셈치고 구독하자”는 반응이 많다.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익명으로 막강 화력을 보태는 ‘샤이 지지층’ 덕에 확실한 조회수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한국 연예인들도 ‘모시기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가수 겸 방송인 탁재훈은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 오구라 유나를 초대해 토크쇼를 진행했다. 한 달 만에 무려 600만의 누적 조회수를 기록했다. “살다 살다 탁재훈과 오구라 유나가 합작하는 걸 보다니 시대가 진짜 변했다” 같은 약 1만 개의 댓글이 달렸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오구라 유나는 액션 게임 ‘용과 같이’ 홍보대사로 발탁됐고, 한국 인기 개그맨 다나카(김경욱)와 오프라인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넷플릭스까지 뚫었다
개그맨 신동엽과 가수 성시경이 MC로 등장, 일본 AV 배우들과 농밀한 대화를 나누는 신규 예능 ‘성+인물’이 오는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19금 토크쇼 예능 ‘마녀 사냥’ 연출진이 제작을 맡았는데 “평소 궁금했으나 미지의 영역이던 ‘성인 문화 산업’ 인물을 탐구하는 토크쇼”라는 설명이다. 시미켄과 아이자와 미나미 등 유명 AV 배우 등이 출연진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AV 감독의 일대기를 담은 드라마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가 2021년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인 바 있지만, 한국 유명 연예인이 합류해 일본 성 풍속을 소개하는 정식 TV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내 한류(韓流) 열풍에 힘입어 한국어에 유창한 친한파 AV 배우들이 늘면서, 이들의 한반도 진출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극성에만 몰두… 선 넘었다?
비판도 비등한다. 자칫 이들의 영역 확장으로 인해 음란성에 대한 사회적 허용치가 지나치게 관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3년 전 시미켄이 국내 게임 광고에 출연했을 당시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일본 AV 배우의 한국 광고 금지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온 적도 있다. “일본처럼 포르노 제작이 합법화된 국가에서도 이들을 TV 광고 모델로 발탁하는 건 유례 없는 일”이라며 “어른은 물론 청소년의 성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지 못하고 말초적 화제성에만 몰두하다 보면 인기의 지속 기간이 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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