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18] A good death only comes after a good life
킬러들의 세계에서 불문율을 어겨 모든 킬러들의 표적이 된 존 윅은 자신을 노리는 자객들의 눈을 피해 옛 친구 코지의 호텔로 몸을 숨긴다. 호텔 컨시어지(관리인)이자 코지의 딸인 아키라는 애꿎은 불똥이 튈까 걱정한다. “그자가 손대는 건 모두 죽어요.(Everything he touches dies.)” 하지만 코지는 딸의 말을 일축하고 외려 꾸짖는다. “네가 살아온 날보다 오래 알고 지낸 자다. 함부로 말하지 마라.(Don’t presume to tell me about a man I’ve known longer than you’ve been alive.)” 영화 ‘존 윅4(John Wick: Chapter 4∙2023∙사진)’의 한 장면이다.
오사카 콘티넨탈 호텔의 점장인 코지(시나다 히로유키 분)는 킬러 세계의 절대 권력 ‘최고 회의’의 명에도 불구하고 옛 친구인 존 윅(키아누 리브스 분)을 숨겨 주지만 불나방처럼 내달려야 하는 친구의 처지가 안타깝기만 하다. “이 길의 끝은 죽음 뿐이야(The only path this leads to is death.)” 존 윅은 태연하게 답한다. “모두 죽이면 돼(I’m going to kill them all.)” 코지는 존 윅이 그럴 친구임을 알면서도 걱정을 거둘 수가 없다. “그 누구도, 아무리 자네라도 모두를 죽일 순 없어.(No one, not even you, can kill everyone.)”
평생을 킬러로 살아 온 두 사람은 자기들의 결말이 그리 곱지 않을 것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죽음을 향해 뛰어드는 존 윅에게 코지가 말한다. “좋은 죽음은 좋은 인생 뒤에만 오는 법이야.(A good death only comes after a good life.)” 하지만 존 윅은 좋은 죽음을 기대하지 않는다. “우린 좋은 인생 따위 저버린 지 오래잖나.(You and I left a good life behind a long time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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