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도 찾았던 뉴욕 펍 주인, 서울서 미술 전시회 연다
30년간 맥주잔 나르며 화가 활동… 미국·유럽 등서 작품 전시해 와
미국 뉴욕엔 18~19세기부터 영업해온 노포 술집이 여러 곳 있다. 그중 아주 오래된 곳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 맨해튼 이스트빌리지의 169년 된 아이리시 펍 ‘맥솔리스(McSorley`s) 올드 에일 하우스’란 곳이다. 이 맥줏집 주인이자 화가인 그레고리 드라아바(55)씨가 5월 27일~6월 4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한국 첫 전시회를 갖는다.
뉴욕에서 태어난 드라아바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화가 꿈을 버리지 못하고 고향에 돌아가, 맥솔리스 계승자이자 첫 여성 바텐더인 테레사의 초상화를 의뢰받았다가 결혼했다. 드라아바는 이후 30년간 하루를 쪼개 맥솔리스에서 맥주 잔을 나르고, 두 아들을 키우면서, 개인 화실에서 그림을 그려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작품 전시를 해왔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생업과 예술을 어떻게 병행했느냐’는 질문에 “위대한 예술가들은 상상력을 유지하려 모험으로 가득 찬 삶을 산 경우가 많다”며 “내게는 맥솔리스가 그런 모험”이라고 말했다.
맥솔리스는 뉴욕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보존한 박물관 같은 맥줏집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조상이 그랬듯 19세기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 때 미국으로 이민한 아일랜드계 존 맥솔리가 1854년 세웠다. 1860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길 건너 쿠퍼 유니언 대학에서 노예제 폐지를 주장한 첫 대중 연설을 한 뒤 찾아 목을 축인 집으로 유명하다. 링컨이 앉았다는 투박한 나무 테이블이 오래된 석탄 난로 옆에서 매일 무심하게 손님을 받는다.
율리시스 그랜트, 시어도어 루스벨트, 존 F 케네디 등 역대 대통령이 맥솔리스를 찾았고, 비틀스의 존 레넌, 시인 앨런 긴즈버그, 히피 대부 짐 모리슨, 현대미술 거장 마크 로스코와 키키 스미스, 키스 하링, 장 미셸 바스키아, 제프 쿤스와 중국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도 단골이었다. 또 아일랜드계가 주축이 돼 세운 뉴욕 경찰과 소방관들의 정신적 거점 같은 곳으로, 매년 9·11 테러 기념식 이후 이들이 모여 뒤풀이하는 곳이기도 하다.
어둑하고 조용한 맥솔리스에서 주종은 ‘다크(흑맥주)’와 ‘라이트(생맥주)’ 단 두 가지 에일만 작은 잔에 담아 판다. “맥주보다 도수가 높은 술은 마실 필요가 없다” “아무것도 바꾸지 말라”는 창업자 유훈에 따른 것이다. 안주도 치즈·크래커·양파와 핫도그·샌드위치 등 간소한 메뉴 몇 가지만 싼값에 낸다. 과거 마부와 정육업자, 벽돌공 같은 노동자의 살롱이었는데 “점잖게 굴지 못할 거면 나가라(Be good or be gone)”는 모토 아래 주정뱅이는 쫓아냈다고 한다. 1970년 이전까지는 여성도 들이지 않았다.
드라아바의 작품은 맥솔리스를 찾는 인간 군상과 이 집 테이블을 모티브로 한 추상, 뉴욕 거리의 마약중독자와 코로나에 위축된 이들, 현대에 희석되는 남성성과 종교의 의미 등을 강렬한 색채와 구성으로 표현한 것이 많다. 그는 뉴욕 퀸스 플러싱 한인 밀집촌 근처에서 자라던 시절 한국 태권도 사범 ‘박명근’씨에게서 예절과 강인함을 배우고, 한인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한국이란 나라를 동경해왔다고 말했다. “뉴욕의 꺼지지 않는 불꽃을 한국에 소개하게 돼 매우 설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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