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언어는 즉흥적이기에… AI가 절대 따라잡을 수 없어

김민정 기자 2023. 4. 2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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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언어

모텐 H 크리스티안센·닉 채터 지음 | 이혜경 옮김 | 웨일북 | 448쪽 | 2만4000원

챗GPT가 내놓는 답변은 사람보다 유려하다. 방대한 데이터와 문법을 주입하면 AI(인공지능)가 인간 수준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인지과학자 모텐 크리스티안센 코넬대 교수와 닉 채터 워릭경영대학원 교수는 이 책에서 “AI가 인간의 언어 능력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전망한다. 문법 같은 규칙성은 ‘빙산의 일각’일 뿐 그 기저에는 무언의 규칙과 관행, 문화 등이 깔려있다. 그래서 언어는 항상 새롭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구사되는데, AI가 이런 ‘즉흥적인 면’을 흉내낼 수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저자들은 언어를 문법이라는 원리에 따라 생성되는 산물로 보는 주류 학설에 반대한다. 인간 언어의 기원을 설명하는 기존 유력한 가설은 ‘애초에 인간 유전자에 언어의 청사진이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1950년대 언어학계에 등장한 노엄 촘스키는 인간 뇌에 ‘보편 문법’이라는 언어 체계가 내장돼 있고, 지구상 모든 언어가 이 체계에 바탕을 두고 있어 아이들이 태어난 뒤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와 달리 두 저자는 언어가 오랜 세월에 걸쳐 우연히 만들어진 무계획적인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언어 탄생 과정을 몸짓만 보고 의미를 유추하는 ‘제스처 게임’에 빗댄다. 제스처 게임을 하듯 즉흥적으로 음성을 이용해 소통하다가 점차 규칙이 생겨 오늘날의 정교한 언어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보편 문법’으로 설명되지 않는 수많은 언어가 존재한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한 세기 넘게 언어학자와 인류학자들이 지구 곳곳에 있는 고립된 집단들의 언어를 연구해 보니 생소하고 독창적인 규칙들이 계속 발견됐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지금도 ‘제스처 게임’이 계속되며 언어가 변하고 있으며, 이런 관점에서 젊은 세대의 ‘문법 파괴’는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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