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성폭력 피해자에게 수치심마저 강요하는가

백수진 기자 2023. 4. 22.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디플롯

수치

조애나 버크 지음 | 송은주 옮김 | 디플롯 | 560쪽 | 2만7000원

“청바지를 입고 있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바지를 벗기기란 불가능하다.” 1999년 이탈리아 로마 대법원은 청바지를 입은 여학생을 성폭행한 40대 남성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즉시 신고하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런던대 역사학 교수인 저자가 미국·이탈리아부터 인도·콩고·아이티까지 전 세계에서 일어난 성폭력의 역사를 담아냈다. 전쟁 이후 강간으로 태어나 낙인찍힌 어린이들, 무죄를 받은 강간범을 무자비하게 살해한 200명의 인도 여성 등 방대한 사례를 통해 다각도로 성폭력의 역사를 조명한다.

저자는 대다수 사건에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끼고 공개적으로 증언하기를 꺼린다는 점에 주목했다. 수치심은 듣는 상대가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사회적 감정’이자, 인종·민족·계급·종교 갈등과 떼놓을 수 없는 ‘정치적 감정’이라는 분석이 흥미롭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