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4월의 어느 맑은 아침
4월에 가장 어울리는 이야기는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 단편을 꼽겠습니다.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4월의 맑은 아침’만 해도 서정적인데 ‘100퍼센트의 여자’라니 정말로 청명하게 로맨틱하지 않나요? 서른두 살의 ‘나’는 4월의 어느 맑은 아침, 모닝 커피를 마시러 가다 하라주쿠의 뒷길에서 ‘100퍼센트의 여자’와 스쳐 지나갑니다. 여자는 그다지 예쁘지 않습니다. 옷차림이 멋진 것도 아니고, 나이도 어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50m 앞에서부터 ‘나’는 직감하지요. 그녀는 내게 있어 ‘100퍼센트의 여자’라는 걸.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부터 내 가슴은 불규칙하게 떨리고, 입안은 사막처럼 바싹바싹 타들어 간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거나 뒤를 밟지 않죠. 그저 스칠 뿐. 그녀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걸으면서요. “꽃가게 앞에서, 나는 그녀와 스쳐 지나간다. 따스하고 자그마한 공기 덩어리가 내 피부에 와 닿는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 위에는 물이 뿌려져 있고 주변에는 장미꽃 향기가 풍긴다.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 수도 없다. 그녀는 흰 스웨터를 입고 아직 우표를 붙이지 않은 흰 사각 봉투를 오른손에 들고 있다.”
몇 걸음 걷고 뒤돌아 보았을 때, 그녀의 모습은 이미 사람들 속으로 사라지고 없습니다. ‘나’는 아쉬워하며 그녀에게 건넸으면 좋았을 이야기들을 상상해 보지만, 놓쳐버린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요.
미세먼지로 흐린 아침이 더 많았던 4월이지만, ‘100퍼센트의 사람’, 혹시 만나셨나요? 만나지 못했더라도 실망하긴 이릅니다. 아직 4월이 한 주 더 남았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