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부터 수레바퀴 神까지 ‘상상력 창고’ 고구려 신화
유석재 기자 2023. 4. 22. 03:01
고구려, 신화의 시대
전호태 지음 | 덕주 | 308쪽 | 2만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고구려 동명왕(주몽) 신화는 훨씬 후대인 고려시대쯤에 지어낸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았다. 이미 고구려 광개토대왕비에 그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천제의 손자인 주몽과 본래 물의 신인 그 어머니 유화를 고구려 사람들은 각각 ‘해신’과 ‘달신’으로 믿으며 제사를 지냈다. 고구려 벽화에선 두 신을 힘 있는 필치로 생생하게 묘사했다. 여러 종족으로 구성된 고구려 백성들에게 두 신을 모신 사당은 고구려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이뿐이 아니었다. 벽화에는 불의 신, 농사의 신, 숫돌과 수레바퀴의 신도 등장한다.
울산대 교수이자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는 벽화와 이웃 나라들의 신화·전설 등을 통해 까마득히 잊혔던 고구려의 신화를 복원해 낸다. 그것은 그리스 로마 신화 못지않은 상상력의 보고(寶庫)이자 ‘K신화’ 원형의 세계였다. 넓은 영토만큼이나 신들의 이야기도 넘쳐났고, 신선과 정령, 신비한 새와 짐승의 이야기까지 캐릭터 역시 풍부했다. 그것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고구려인의 관습과 사고방식, 생활상이 드러나는 거대한 캔버스와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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