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극장가 평정한 日애니, 중국서도 흥행 돌풍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중국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최근 일본이 미국의 대중 견제에 동참하면서, 중국 내 일본 여론이 악화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21일 중국 온라인 티켓 판매 플랫폼 마오옌에 따르면, 일본의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개봉일인 20일에만 9865만 위안(190억원)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다. ‘슬램덩크’는 사전 예매 판매액에서도 1억1500만 위안(221억원)으로 역대 수입 애니메이션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슬램덩크’의 중국 개봉 하루 전인 지난 19일 밤 11시 충칭시의 한 영화관에는 30·40대 남성들이 붉은색 농구 유니폼을 입고 줄을 섰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미리 나온 것이다. 이날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은 ‘슬램덩크 영화표 구합니다’라는 글로 도배됐다. 특히 어릴 때 만화책으로 슬램덩크를 보고 자란 바링허우(80년대생)들이 영화표 구매에 나섰다. 슬램덩크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트위터에서 “중국에서 응원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이 중국에서 누적 관객 수와 흥행 수입 모두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신카이는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등의 감독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중국 내 누적 관객 수 2000만 명을 넘겼고, 흥행 수입도 8억 위안(1540억원)에 달했다. 틱톡의 중국 버전인 더우인에서는 영화에 등장하는 문(門)처럼 집 문을 개조하는 영상이 인기다.
중국에서 어릴 때부터 일본 만화를 보고 자란 3040 세대 등의 향수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장이우 베이징대 교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일본의 문화 상품은 많은 중국 팬을 확보했다”면서도 “중국과 일본 관계가 국교 정상화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에서 문화 교류가 양국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은 한국에서도 각각 누적 관객 400만명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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