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취임하자마자 노동단체 대표들 만나 8시간 직접 설득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관료나 동료 정치인 뒤에 숨지 않는다. 자신이 내세운 개혁 과제의 관철을 위해 진두지휘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직접 ‘장수’로 나서 국민과 반대파 설득에 나선다. 어느 정도 여론 설득이 이뤄졌다고 판단하면 좌고우면 않고 즉시 실행에 착수한다. 2017년 노동 개혁과 이번 연금 개혁도 마찬가지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하자마자 주요 노동단체 대표들을 대통령궁(엘리제궁)에 불러들여 8시간 동안 직접 노동 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또 대국민 담화를 통해 노동 개혁의 내용을 설명하고, 전국에서 열린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자신의 논리와 의지를 설파했다. 하지만 여론의 변화 조짐에도 야당이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자 그해 9월 의회 승인이 필요 없는 대통령령(令) 형식으로 첫 노동 개혁안을 전격 발표했다. 강성 좌파 노동총연맹(CGT)이 연대 총파업과 시위에 나서며 저항했지만 프랑스 최대 노동단체인 노동민주동맹(CFDT)이 불참을 선언, 결국 마크롱 정부의 승리로 끝났다.
2018년 말 부유세 철폐와 유류세 인상에 대한 반발로 촉발된 이른바 ‘노란 조끼 시위’ 때도 그는 직접 국민을 만났다. 2019년 1월부터 두 달간 전국을 돌며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북서부 노르망디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는 6시간 동안 시민들과 직접 토론했고, 남부의 소도시에서 벌어진 토론회에는 사전 통보 없이 등장해 직접 “부유세 폐지는 투자 유치와 일자리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올해 연금 개혁 과정서도 같은 스타일을 고수했다. 지난 1월 연금 개혁안을 발표한 뒤 노동단체 대표와 만나고, 지난 2월 열린 파리 국제농업박람회장에 나가 시민과 직접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대국민 담화도 지난달 22일과 이달 17일 두 번이나 했다. 그리고 지난달 14일, 상원을 통과한 연금 개혁이 의회에서 막힐 조짐이 보이자 주저없이 헌법 49조 3항을 발동해 정부 단독 입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국민을 향해 ‘직설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2017년 노동 개혁 때 야당과 노동단체의 반대가 쏟아지자 “게으름뱅이와 냉소주의자, 극단주의자들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조경사로 일하다 실직한 청년이 “아무리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내도 답이 없다”고 하자 “일할 의욕만 있다면 호텔과 카페, 레스토랑, 건설 현장 어디든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했다. 지난 20일 알자스 방문에서 일부 시민이 냄비를 들고나와 시끄럽게 두드리며 연금 개혁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자 “냄비는 프랑스를 전진시키지 못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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