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美·日에도 대만 문제만 나오면 ‘불’ 뿜어
대만을 자국을 이탈한 하나의 성(省)이자 흡수 통일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는 중국은 양안 문제와 관련해 외교 관행을 한참 벗어난 거친 막말과 협박성 발언을 일삼아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이번 ‘불장난’ 표현이다.
이는 앞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2021·2022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할 때 쓴 표현이다. 2021년 11월 시진핑은 바이든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미국 일각에서 대만으로 중국을 제압하려 하기 때문에 긴장이 고조되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극히 위험하고, 불장난을 하다 타 죽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앞두고 시진핑은 바이든과의 전화에서 “중국의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하는 것은 인민의 확고한 의지”라면서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며 같은 표현을 반복했다.
대만과 갈수록 밀접해지고 있는 일본도 중국의 공격 대상이다. 작년 6월 일본이 대만 주재 대표부에 현역 자위대 장교를 처음 파견하자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일본은 한 대 맞아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비난했다.
2021년에는 막 퇴임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대만 국책연구원 주최 포럼에 참석해 “대만의 비상사태는 일본과 미·일 동맹의 비상사태”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를 잘못 인식해선 안 된다”고 하자,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더 이상 잘못된 길로 가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막말을 했다.
대만 관련 중국의 엄포는 나라의 크기나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올해 2월 필리핀이 자국 안보 방침에 따라 대만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북부 해안 등 4곳에 미군 기지를 추가 건설하기로 하자 중국은 “이는 군사적 긴장감을 확대시키는 행위”라며 비난했다. 발트해 소국 리투아니아가 2021년 11월 자국 내 대만 대표처 설치를 승인하자 중국은 “앞으로 벌어질 모든 결과에 책임지라”고 압박하며, 리투아니아 주재 중국 대사를 소환하고 각종 경제 보복 조치를 취했다.
중국은 이처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한, 자국과의 수교국들이 대만과 비공식 교류 활동을 할 때마다 일일이 비난 성명을 발표하고 당장 중단하라며 압박했다. 그러나 해당 국가들의 대응은 의연하고 당당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국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작년 8월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막지 않았다.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중국의 호전적인 수사(修辭)와 위협에 겁먹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중국의 잇단 협박과 엄포에 아랑곳하지 않고 최근 대만으로부터 230㎞ 거리에 미사일을 전진 배치하는 등 자국의 안보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도 미군 기지 건설과 관련한 중국 반발에 “우리가 하려는 건 나라와 영토를 지키려는 것”이라며 맞받아쳤다.
리투아니아는 지난 2021년 수도 빌뉴스에 대만 대표처가 설치되도록 승인한 뒤 중국의 압박과 보복이 잇따랐지만 움츠러들지 않았다. 중국이 기술 교류와 협력을 중단하고, 수출 제한 조치 등으로 보복 조치를 취하자, 피해를 입은 자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1억3000만유로(약 1770억원) 규모의 대출 펀드를 조성했다. 또 유럽연합(EU)을 통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당장의 경제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같은 가치와 이념을 가진 진영과의 굳건한 연대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의 반발에 아랑곳 않고 대만과의 교류를 강화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체코의 밀로스 비스트르칠 상원 의장은 2020년 9월 대만 방문 당시 입법원(국회) 연설에서 대만 국기와 자국 국기를 그려 넣은 마스크를 쓰고 단상에 올라 “나는 대만인”이라고 말하며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대만에 대한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은 “선을 넘었다”며 강력 반발했지만, 대만과 체코의 교류는 위축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호주와 프랑스가 가진 외교·국방(2+2) 회담이 끝난 뒤 장관들은 “대만의 국제기구 활동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각국은 중국의 압박과 엄포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익과 가치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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