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노동개혁 6년, 실업률 떨어지고 풀타임 근로자 늘었다
“평등은 잘못 이해되었고,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야 한다.”(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한 노동 개혁 입법 이유서)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취임 후 추진한 노동 개혁의 결실로, 실업률이 줄어드는 동시에 양질 일자리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1일 “프랑스가 고용 제도를 유연하게 바꾼 뒤 10%대였던 실업률이 7%대로 줄고, 상근직(풀타임) 일자리가 81%에서 83%로 늘었다”는 보고서를 냈다.
사회주의 전통이 강한 프랑스는 ‘근로자의 천국’이라 할 만큼 강성 노조의 힘이 강한 나라다. 재정 상태가 심각해진 기업이 아니라면 한번 고용하면 웬만해선 해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크롱이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노조 힘을 빼는 개혁을 단행하면서 경제에 활력이 돌고 있다.
◇기업 부담은 줄여주고, 노조 관련 무리한 조항은 없애
“게으름뱅이와 파렴치한, 그리고 극단주의자들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을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7년 8월 프랑스 언론 르프엥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가 내놓은 노동 개혁안을 두고 벌어지던 반발 시위에 강하게 맞선 것이다. 그는 “미테랑, 시라크, 사르코지, 올랑드 전 대통령이 하지 못한 바를 이룰 것이며, 국민들이 현재 인내심을 갖지 못하고 상황을 보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추진한 개혁안의 핵심 중 하나는 해고 요건 완화였다. 신규 채용을 하는 조건으로, 기존 고임금 인력 해고를 허용했다. 부당 해고 시 지급하는 ‘해고 배상금’에 상한선(최대 20개월 치 월급)을 만들었고, 부당 해고 제소 기간은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했다.
또 기업 단위에서 확정한 임·단협 내용이 산별 노조의 합의나 지침보다 우선할 수 있게 했다. 또 국외 경영 실적이 좋더라도, 프랑스 내 사업이 적자인 경우 정리 해고를 할 수 있게 했다.
노동자 조직도 간소화했다. 직원이 50명 이상인 기업은 노조 외에도 ‘종업원 대표, 건강·안전위원회, 노동자 협의체’ 설치가 의무였는데, 이 세 조직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1년 내내 근로자 단체와 소모적 협상을 해야 했던 기업들은 환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자산가들의 해외 탈출을 부른 부유세(ISF·자산 연대세)를 폐지하고 소득세를 낮춰, 빠져나가는 투자를 붙잡았다. 또 프랑스를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스타트업 국가’로 만들겠다”며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라는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계획에 나섰다.
◇기업들, 해고한 직원보다 더 많이 새로 채용
그러자 기업들은 새 노동법을 적용해 신규 채용과 정리 해고를 동시에 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회사 푸조시트로앵그룹(PSA)은 2018년 1월 중간 관리자급 2000여 명을 내보냈다. 대신 무기 계약직(CDI) 1300명과 인턴 사원 2000명을 채용해 실제 고용 인원은 늘었다. 이어 유통 기업 카르푸도 임직원 2400명을 희망 퇴직 형식으로 감원하고, 온라인 부문 계약직 사원을 5000여 명 추가 채용했다. 르노도 바뀐 노동법 덕분에 2020년부터 3년간 프랑스 내에서 4600명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대신 전기차 등 신산업 분야에서 채용을 대거 늘렸다.
세계 기업들의 프랑스 투자도 줄을 이었다. 2018년 1월에 미국 페이스북과 구글, 독일의 SAP 같은 IT 기업들이 프랑스에 R&D(연구·개발) 센터 건립 등 2023년까지 35억유로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고, 일본 도요타도 약 3억유로 투자를 약속했다.
이에 따라 마크롱 취임 전 10%를 넘던 실업률은 2018년 9%, 2020년 8%에 이어 지난해 7.3%로 200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3~2015년 64%대로 정체돼 있던 고용률은 지난해 68.1%로, 2016년 81%대에 머물던 상근직 비율은 2020년 83%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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