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尹 겨냥해 “살인수출”… 자유진영 28國, 우크라 군사 지원

김은중 기자 2023. 4. 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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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의 대만 문제 언급에 중국 이틀 연속 막말 쏟아내… 2021년 文정부 때도 같은 엄포
이용준 전 북핵대사, 신각수 전 주일대사,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고 ‘무력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에 중국과 러시아가 연일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은 21일 “대만 문제로 불장난을 하면 타 죽을 것”이라고 했고, 전날 윤 대통령 발언을 ‘말참견’이라 표현한 왕원빈(汪文斌) 대변인은 “잘못된 발언에 대해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했다. 외교적 항의를 했다는 뜻이다. 앞서 러시아는 “적대 행위로 간주할 것”이라 했고 북한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야당은 중국에 맞장구치며 우리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의 발언 철회와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쟁 지역 살인 수출국’이 무슨 염치로 한반도 평화를 요청할 수 있겠냐”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어떠한 합의도 해서는 안 되고, ‘대만 문제 불개입’도 관철하라”고 했다. 이 대표 주장대로라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한 미국, 영국, 독일 등 28국은 살인을 수출한 나라가 된다. 이 대표는 “대만 문제를 직설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양국 관계 악화에 기름을 붓는 것”이라며 “사드 사태와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상당수 국내 언론도 “중·러가 보복하면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반대하는 것은 무력에 의해 영토나 국가간 약속을 깨는 행위를 반대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이다.

중·러 반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중국은 문재인 대통령 때인 2021년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가 처음 언급됐을 때도 “불장난하지 말라”며 반발했다. 현재의 야권 인사들은 당시 “원론적 언급”이라며 문 대통령을 비난하거나 “우리가 피해 본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동일한 사안에 정권이 바뀌자 상반된 입장을 보인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2021년 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불장난하면 타 죽는다”고 말하는 등 이런 표현을 공식화했다. 외교부는 21일 중국에 대해 “국제 사회의 보편 원칙을 언급한 것인데 중국 측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본지가 접촉한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안미경중(安美經中)이나 실용 외교 같은 구호를 앞세워 경제적 실리만 챙기고 안보 문제에는 침묵하며 무임승차할 수 있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국가 역량에 맞게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다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대우를 받을 수 없다”며 “동북아를 넘어 선진국 위상을 가지려면 장기적 이익을 위해 단기적 비용을 감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G7이나 그에 준하는 국가들 중 푸틴 대통령의 불법 침공을 규탄하지 않고, 국론이 분열돼 있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환경을 고려하면 중국·러시아 같은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면서도 “안보와 경제 문제가 충돌할 때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생존을 좌우할 안보 문제를 우선시하는 외교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했다.

평화 헌법으로 군사적 행동이 제한된 일본을 제외한 모든 G7 회원국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인도적 지원을 넘어 전투기, 장갑차, 탱크 같은 살상 무기를 대량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천문학적 규모의 경협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천연가스 등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이 제한돼 물가가 폭등하는 등 경제적 손해가 막심했지만 국민들이 감수했다. 이번 전쟁을 자유·민주 진영의 생존을 좌우할 안보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같은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장을 방문해 “연대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했다. G7은 다음 달 19일 히로시마 정상 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수출 전면 금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국은 경제적 보복을 당할 수 있다며 여론이 갈리고 있다. 야당은 이뤄지지도 않은 제재나 보복을 기정사실화하며 정쟁화에 열을 올리고 있고, “한국인이 러시아 독극물 테러의 타깃이 될 것”이란 ‘공포 마케팅’까지 등장했다. 이재명 대표는 21일 “과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태와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피해를 우리 국민과 기업이 입을 수 있다”고 했다. 2000년대 이른바 ‘마늘 파동’이나 2016년 사드 배치 때도 중국의 조치가 있기 전 “경제 보복이 생길 수 있다”며 위축됐고, 이런 예민한 반응과 보복 트라우마를 활용해 중국이 보복 카드를 남용하는 일이 잦았다.

중·러가 이런 틈을 파고들어 정부를 압박하고 여론 분열과 동맹 갈등을 유도하고 있다. 이용준 전 북핵대사는 “과거 중·러가 민감한 현안에 대해 완력을 과시하면 우리가 경제 보복을 우려해 자세를 숙였던 ‘굴종 외교’ 때문에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며 “주권국가들 중 한국만큼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없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당사국은 물론 야권까지 나서서 중·러의 보복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비용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우리 행동을 억제하고, 한미 동맹을 이간질하기 위한 과장된 레토릭”이라는 것이다. 박원곤 교수는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무기 지원을 언급했지만 첨단 무기는 언감생심이고 재래식 무기도 지원하면 자국이 과거에 찬성했던 유엔 제재에 걸린다”고 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도 “우리 경제가 일방적으로 제재를 당할 규모도 아닌데 스스로를 약소국화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제보다 안보가 먼저인 외교를 펼치는 과정에서 정책의 일관성과 함께 대국민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 말고도 기자회견 등을 통해 국민에게 우리가 처한 국제 정세를 설명하고, 외교 정책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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