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은의 미술과 시선] ‘좋은 예술’을 위한 묘법
어떤 예술이 ‘좋은 예술’일까? 답은 없기도 하고 있기도 하다. 작품이 소수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감상되는 것이라고 볼 때, ‘좋은 예술’에 관한 단일한 정답은 ‘없다’. 반면 작품이 시대를 반향하며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고 볼 때, ‘좋은 예술’에 관한 비평적 답은 ‘있다’. 이를테면 어떤 예술이 ‘동시대적’인가라는 치열한 질문도 가능하다. 현실을 외면하고 시류에 편승한 예술은 역사의 심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당대의 지표가 된 예술은 공공의 발화자로서 힘을 갖는다. 이 때문에 의식 있는 이들은 표현의 주권을 지배 권력층이 독점하지 않도록 애쓴다. 자본이 선호하는 예술을 뒤로하고 유폐에 가까운 길을 감수하면서도, 실험하고 발언하는 예술가도 존재한다. 명민한 안목으로 이들을 발굴해 예술계 선순환을 기하고 사회와 호흡하는 것은 제도의 주된 과업 중 하나다.
동시대 미술의 제도 담론이 오가는 현장 예시를 국내외에서 하나씩 꼽자면, 카셀 도쿠멘타와 광주비엔날레가 떠오른다. 도쿠멘타는 나치의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자성으로부터 촉발된 후 지금까지 이를 의식하며 이어져오고 있다. 국내 최초의 국제미술전 광주비엔날레는 민주화운동의 흔적을 아우르며 명실상부해왔다. 그런데 요즘 광주비엔날레를 둘러싼 논란이 심상치 않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이 박서보 작가의 기부금을 재원으로 ‘박서보 예술상’을 제정했기 때문이다. 공적 증언의 무대인 비엔날레에 작가 개인 이름이 들어간 수상제도를 운영하겠다는 결정은 후배 작가 후원이라는 명분에 공감을 사지 못했다. 제도에 권위적으로 새겨질 특정 이름이 비엔날레의 전위적 결과와 일치하는지를 두고도 물음표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어떤 것이 ‘좋은 예술’일까, 가치 논쟁을 무력화하는 열패감이 예술계에 떠돌고 있다.
오정은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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