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속 ‘항미원조戰’ 소환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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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제작비 2억달러를 투입하여 9억달러가 넘는 수익을 낸 중국영화 '장진호'(長津湖)는 현재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에 이어 세계 시장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익을 낸 영화로 기록되고 있다.
그런데 장진호 전투는 물론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조선, 즉 북한을 도움) 전쟁으로 불리는 한국전쟁 자체가 2020년 이전까지 중국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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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미원조/백지운/창비/2만2000원
우선 항미원조전쟁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이자 국방부장이었던 펑더화이(彭德懷)가 문화대혁명 시기 숙청된 것이 한 이유였다. 그가 1987년 복권되고 나서야 지원군에 대한 영화가 제작되기 시작했고, 이는 드라마 ‘펑더화이 원수’(2016)의 흥행과 함께 항미원조전쟁에 대한 국민적 관심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중국의 국제 관계도 항미원조전쟁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는 요인이 됐다. 1960년대 본격화된 중국과 소련의 갈등으로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화해와 수교는 두 나라의 경제적 밀월관계로 발전했고 이는 2000년을 전후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 시기 중국 공산당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될 만한 행동에 매우 신중했다.
하지만 참전 70주년이 된 2020년을 전후로 격화된 미·중 대결 과정에서 항미원조전쟁 서사가 변화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과거 인민전쟁, 아시아 인민 연대 등의 서사가 사라지고 대신 ‘정의로운 전쟁’ ‘미·중 전쟁’이라는 인식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이때 ‘정의’는 ‘애국주의’와 ‘혁명영웅주의’로 귀착됐고 2020년의 40부작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라는 작품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반세기 이상 기억의 주변을 서성이던 항미원조전쟁이 ‘정의의 전쟁’으로 되살아나 역사 한가운데로 불러 세워지는 가운데, 잊혔던 젊은 생명들이 열사로 영웅으로 돌아오고 있다.… 국가와 대의를 위해 치른 생명의 대가를 숭고한 희생으로 미화하고 심지어 고무하는 애국주의일 터이다”(364쪽)라고 비판하지만 중국 내에서도 영웅 서사보다 살아남는 것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반전의 메시지가 비집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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