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벚꽃 순서대로 폐교, 지방대학만의 문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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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같은 추세로 학령인구 줄면
수도권대학도 정원 축소 못 피해
정부와 대학, 민간 모두 힘 모아
지방대학 폐교 문제 해결 나서야
」
물론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지방대학과 그 대학이 소재하였던 지역일 것이다. 대학이 폐교되면 당연히 그 학교에 다니던 학생이나 교직원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고, 이와 함께 그 대학이 소재하였던 지역사회도 만만치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 지역 상권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지역 인재를 활용하던 기업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지역 소생(蘇生)의 씨앗이 없어진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많은 정책을 펴왔다. ‘지역균형발전’ 이라는 슬로건 아래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 공기업들을 지방으로 내려보내기도 하고 지역인재 의무채용제도를 실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정책들은 효과가 미미하였다. 결국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어떻게 지역을 살릴 것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인재들이 몰려들고, 그 지역의 교육이나 문화도 활성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좋은 일자리는 좋은 기업이 만든다. 손쉽게 공공기관 몇 개 이전한다고 될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좋은 기업들은 중후장대(重厚長大)한 장비산업이 아니라 창의성에 기반한 첨단기술 기업이다. 이에 필요한 첨단기술은 주로 대학에서 나오기 때문에 첨단기술산업단지의 배후에는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이 있기 마련이다.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대학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 미국의 디트로이트와 피츠버그 시의 사례이다. 두 도시 모두 2차산업시대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였는데, 미국에서 철강과 자동차산업이 쇠퇴한 후에도 피츠버그 지역은 인공지능(AI)과 로봇 산업으로 여전히 번성하고 있는 반면 디트로이트 시는 파산까지 했다. 이 차이는 피츠버그에는 카네기 멜런 대학과 피츠버그 대학 등 연구중심대학이 있는 반면 디트로이트에는 그런 대학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소멸을 막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방에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는 수밖에 없다. 대학이 지역발전의 핵(核)이 되어 첨단산업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지방으로 인구를 유입시켜야 수도권 집중현상도 완화되고 수도권에서의 극심한 경쟁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의 출산율이 가장 낮은 점을 생각하면, 이는 출산율 저하 방지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마침 윤석열 정부는 교육분야 주요 국정과제 중의 하나로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를 내세우고 지방 소재의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30여개의 ‘글로컬 (Glocal) 대학’을 선정하여 5년간 1000억원씩 지원하겠다고 한다.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의 1년 예산이 5조원 이상인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지원 액수는 턱없이 적지만, 일단 시작의 의미는 있을 것이다. 물론 지역 대학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도 필수적이다.
이제 지방대학 폐교는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은 영향이 없어 보이는 수도권 대학에도 곧 여파가 미칠 것이며, 우리나라의 현안인 지방소멸과 저출산 문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적 과제인 것이다. 이 문제는 복합적이어서 지방 대학이나 교육부 관계자들에게만 맡겨서는 해결될 수 없다. 정부와 대학 그리고 민간 모두가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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