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기억] 무서울 게 없는 하룻강아지
그때는 카메라를 들면 왜 그렇게 난지도로 발길이 향했는지 모르겠다. 서울 도심에서 가까운데도 흙먼지 풀풀 나는 속에서 여전히 사람들이 땅을 일구며 농사를 짓고 사는 그곳이 시골의 내 고향처럼 느껴져서 그랬나 보다. 번듯한 건물이 들어서지 않아서 허허벌판 같은 그곳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길가 지붕 낮은 구멍가게에 들어가 주인 할머니에게 라면 곱빼기로 끓여 달라고 하여 시장기를 채우면 그럴듯한 사진 한 장 못 건져도 배가 불렀다.
애초에 그곳에서 그럴듯한 사진 한 장 건지겠다는 각오도 없었거니와 그럴 형편도 못 되는 동네였다. 어른들은 모두 밭일을 하거나 난지도 개발현장에서 리어카에 흙을 실어 나르거나 삽으로 땅을 파는 노동을 하러 나가고 대문도 없는 집 앞에서 조무래기 아이들만 놀고 있곤 했다. 그날도 동네에 들어서자 저만치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만 시끄러운데 홀로 빨래를 지키고 있는 강아지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 적과 동지를 구분조차 못 하는, 그래서 범 무서운 줄도 모르는 하룻강아지가 귀여워 피식 웃음부터 나왔다.
“너도 지켜야 할 것이 있느냐?” 내 물음엔 아랑곳하지 않고 강아지는 꼬리만 흔들었다. 당시엔 가당치 않은 임무를 맡은 강아지가 우스워 셔터를 눌렀는데 지금 보니 우리가 잃어버린 풍경이다. 어머니가 배꽃처럼 하얗게 삶아 널어놓은 이불 홑청을 바람이 지분거리고 흰 빨래에 청명한 햇살이 따갑게 쏟아져 눈부셨던 기억. 빨래가 없는 빈 빨랫줄엔 참새가 날아가다 잠시 앉아 쉬었다 가기도 했다. 마당도 공터도 사라진 지금, 새삼스럽게 그리운 장면이다.
김녕만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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