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도 싸웠던 한국전쟁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 지음
이현표 옮김
코러스
지은이 마거리트 히긴스(1920~1966)는 한국전쟁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은 종군기자다. 미국 뉴욕 헤럴드 트리뷴의 도쿄지국장이었던 그는 전쟁이 나자 이틀 뒤 서울로 날아왔다. 미국의 참전 결정 이전이다. 서울에 머문 건 잠시뿐. 한강 인도교 폭파 직후 어렵사리 강을 건넌 그는 미군의 거듭된 후퇴 속에 곳곳을 이동하며 전쟁 초반 6개월을 취재했다.
이듬해 그가 ‘War in Korea’(한국에서의 전쟁)란 제목으로 출간한 책은 전세의 흐름, 그리고 직접 보고 겪은 전쟁의 급박한 순간과 참상을 생생하고도 담담하게 전한다. 여성이란 이유로 그는 취재를 막거나 아예 한국을 떠나게 하려는 안팎의 방해와 압력을 수시로 겪었는데,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려는 분투는 인천상륙작전 취재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목숨이 오가는 전장에서 이동 수단을 구하고, 기사 송고 방법을 찾는 것도 엄청난 분투였다. 전쟁 초반에는 일본에 날아가 기사를 보내고 돌아왔는가 하면, 차량 이동 중에 타사 기자가 운전대를 잡으면 그는 어느새 총을 들었다. 이듬해 퓰리처상 국제보도부문 수상자는 전례 없이 6명 모두 한국전 종군기자였다. 히긴스는 이 부문의 사상 첫 여성 수상자였다.
유럽에서도 1944년부터 종군 취재를 했던 그는 공산주의자들의 움직임을 간과하고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에 대비하지 못한 미국을 비판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전 초기의 미군에 대해서도 비판을 감추지 않는다. 맥아더에 대해선 초반부터 높이 평가하는데, 미국 언론의 도쿄특파원들은 그에 대한 시각이 대부분 부정적이었다는 점도 전한다.
히긴스의 책은 2009년 한국판이 처음 나왔고, 이듬해 한국정부는 히긴스에게 수교훈장을 추서했다. 절판됐다가 휴전·한미동맹 70주년에 맞춰 다시 나온 이 책은 히긴스가 1955년 펴낸 또다른 저서의 일부 내용도 실었다. 맥아더, 트루먼, 밴 플리트, 아이젠하워 등에 관한 내용이다. 옮긴이는 1999년 독일에서 히긴스에 대해 처음 알게 됐는데 역자 후기에 그 과정을 소개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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