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자가 니코틴 중독 사망...범인은 바람난 아내[그해 오늘]

전재욱 2023. 4. 2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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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22일.

경기 남양주시 한 가정집에서 50대 남성 오모씨가 숨졌다.

애초 남편을 발견하고 경찰과 소방서가 아닌 장례식장에 먼저 연락하고, 오씨의 주변에 부고를 알리지 않고 시신을 화장하고, 오씨가 숨지고 열흘 만에 모든 재산을 상속받아 정리하는 등 의심받을 만한 정황이 송씨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런데 부부가 혼인신고를 한 시점은 오씨가 사망하기 약 두 달 전(2016년 2월29일)밖에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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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집서 치사량 수준 니코틴 중독으로 숨진 비흡연 50대男
숨진 남편 발견하고 119아닌 장례식장 전화한 부인
바람난 부인이 내연남과 벌인 '니코틴 살인'..무기징역 확정
부인 빚갚아주고 의붓딸 학비 대줬거만 허망히 가버린 가장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2016년 4월22일. 경기 남양주시 한 가정집에서 50대 남성 오모씨가 숨졌다. 이 집 가장 오씨는 가족과 저녁 외식을 하고 돌아와서 잠이 들었는데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오씨의 부인 송모씨는 숨진 남편을 보고서 곧장 장례식장에 전화했다. 112나 119가 아니었다. 서둘러 장례식을 치르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진=게티이미지)
부부는 2011년부터 함께 살았다. 당시 오씨는 늦깎이 장가를 들었고, 송씨는 이혼하고 딸 둘과 살고 있었다. 오씨는 자신이 얻은 아파트에 송씨 모녀를 들였다. 오씨는 송씨가 진 빚을 대신 갚아주고, 송씨 둘째 딸의 유학 비용을 대줬으며, 몸이 불편한 첫째 딸의 재활 치료비도 부담했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듯 보였던 오씨의 사망은 그래서 의문투성이였다. 오씨는 평소에 앓던 지병도 없는 건강 체질이었다. 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다닐 정도였다. 그렇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도, 징후도 없었다. 사망 당일 침실에 외부 침입 흔적이 없었고 신체에 외상도 없었다.

경찰은 사인을 밝히고자 유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부검을 진행했다. 국과수 정밀 검사 결과, 체내에서 치사량 수준의 니코틴이 검출됐다. 오씨는 평소에 담배를 피우지 않았을뿐더러, 검출된 니코틴량은 흡연으로써 체내에 쌓일 수 없이 많은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당일 외식하러 외부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즉, 외식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사망하기 사이에 니코틴이 체내에 주입됐을 가능성이 컸다.

자연히 당일 집에 있었던 오씨의 부인 송씨가 의심을 받았다. 애초 남편을 발견하고 경찰과 소방서가 아닌 장례식장에 먼저 연락하고, 오씨의 주변에 부고를 알리지 않고 시신을 화장하고, 오씨가 숨지고 열흘 만에 모든 재산을 상속받아 정리하는 등 의심받을 만한 정황이 송씨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씨는 부모·형제가 없어서 법적 배우자인 송씨가 모든 재산을 상속했다. 그런데 부부가 혼인신고를 한 시점은 오씨가 사망하기 약 두 달 전(2016년 2월29일)밖에 안 됐다. 이마저도 송씨가 오씨 몰래 혼자 꾸며서 한 것이다.

송씨 행적을 좇아보니 곁에는 의문의 남성이 늘 함께였다. 송씨가 허위로 혼인신고할 때 증인으로 내세운 이도, 보험금을 타러 갔을 때 동행한 이도, 남편의 예금을 인출해 송금한 이도 모두 황씨였다. 황씨는 송씨가 오씨 몰래 정을 나누던 내연남이었다. 경찰이 황씨 스마트폰을 압수해 검색해보니 ‘니코틴 살인’을 검색한 이력이 확인됐다. 검색은 오씨가 숨지기 닷새 전에 이뤄졌다. 황씨는 미국에서 고순도의 니코틴을 구매했는데, 오씨가 숨지기 보름 전이었다.

경찰은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송씨와 황씨를 오씨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송씨는 상속받은 재산을 정리하고 필리핀으로 귀국하려다가 붙잡혔고, 필리핀에 있던 황씨는 출국하지 않는 송씨를 찾으러 한국에 들어왔다가 체포됐다.

재판에서는 송씨와 황씨가 어떤 방식으로 오씨 체내에 니코틴을 주입했는지는 특정되지 않았다. 이들은 “전자담배를 피우려고 니코틴을 산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럼에도 법원은 주변의 증거를 종합해 두 사람의 유죄를 인정하고 모두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해자 재산을 가로채려고 살해를 공모한 범행 동기가 극히 비열하고,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다. 검사는 사형을 요구하고, 피고인은 감형을 요구하며 항소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전재욱 (imf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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