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민주당 돈봉투 의혹’ 강래구 구속영장 기각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불법 정치자금) 의혹의 핵심 인물인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21일 기각됐다. 이 사건으로 청구한 검찰의 첫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이다. 강 협회장을 구속한 뒤 송영길 전 대표 등 윗선 수사에 속도를 내려던 검찰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윤재남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강 협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윤 부장판사는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 부장판사는 강 협회장이 압수수색 이후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 정도로 직접 증거인멸을 시도했거나 다른 관련자들에게 증거인멸, 허위 진술하도록 회유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강 협회장이 그동안 검찰 조사에 임했고, 그의 주거·지위 등을 감안할 때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어 윤 부장판사는 “주요 혐의에 대한 증거는 일정 부분 수집돼있다고 보인다”며 “추가적으로 규명돼야 할 부분 등을 감안할 때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측면도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강 협회장은 2021년 3~5월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운동관계자·선거인에게 9400만원을 제공하라고 지시·권유하고 직접 제공한 혐의(정당법 위반)를 받는다. 한국수자원공사 임원으로 재직하던 2020년 9월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태양광발전 설비 납품 청탁 명목으로 3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도 있다.
검찰은 “강 협회장이 자금 살포 과정을 주도해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인멸과 회유 정황을 확인했다”며 지난 1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 협회장은 이날 2시간 45분간 열린 구속영장심사가 끝난 뒤 법정에서 나오면서 압수수색을 회피하려고 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그건 좀 아니다”라며 “아는 것을 이야기하고 소명했다”고 말했다. 법원은 일단 강 협회장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강 협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돈봉투 전달에 관여한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을 거쳐 송 전 대표로 수사를 넓히려던 검찰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검찰은 돈봉투 살포 정황이 담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을 대거 확보한 상태다. 녹음파일에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 협회장이 “저녁 먹을 때쯤 (윤관석 의원에게) 전화 올 거다. 그러면 10개 줘라”, “50만원씩만 정리해서 봉투를 나한테 만들어서 줘”라고 말한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또 “영길이 형한테 물어보고” 등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를 알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내용도 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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