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세 사기꾼 “함께 부자 되자”... 동해 사업 거론하며 피해자 회유
인천 미추홀 일대 전세 사기 혐의로 구속된 남모(61)씨가 작년 말 일부 피해자들을 만나 “동해 망상 지구 사업에서 돈이 나올 수 있으니 시간을 달라”며 회유했다는 증언이 21일 나왔다. 남씨는 지난 2018년 강원도로부터 망상 지구 사업권을 획득했다. 당시 강원도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문순 전 지사였다.
사기 피해자 A씨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남씨가 ‘피해 회복을 꼭 해줄 텐데 내가 구속되면 회복도 어려워지니 구속이 안 되도록 도와달라’고 했다”며 “수천억짜리 사업인 망상지구에서 돈이 나올 수 있으니 시간을 좀 달라 했다”고 밝혔다. A씨는 남씨의 말을 듣고 망상 지구 사업계획서를 입수했고, 사업이 1조3000억 규모인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미 망상지구에 투자한 사람들이 남씨를 고소한 상황이었다고 A씨는 전했다. 남씨는 피해자들 만나 “공동체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면 다 부자가 되는 것”이라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는 이날 망상 지구 사업 추진 과정 관련 긴급 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김한수 도 기획조정실장은 “도는 애초 5월초 정기종합감사를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전세사기꾼 남모씨의 망상 1지구 사업권 획득 과정에 의혹이 커짐에 따라 감사에 조속히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회사가 어떻게 망상 1지구 사업과 같은 큰 사업을 맡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경위를 원점에서부터 짚겠다”고 했다.
동해안 관광지 개발을 목적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지난 2015년 첫 사업자가 선정됐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2018년 두 번째 사업자로 남씨가 설립한 동해이씨티가 선정됐었다.
남씨의 전세 사기 행각이 드러나고, 배후에 유력 정치인이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망상 지구 특혜 논란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동해가 지역구인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은 라디오에서 “(인천 정치인이) 영향력을 행사해 빌라 사기범을 개발 사업자로 지정되게 했다는 제보가 왔다”고 했다.
최문순 전 지사는 인천 전세 사기 사건과 망상 지구 사업은 전혀 무관하다고 했다. 최 전 지사는 입장문을 통해 “해당 사업은 관련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이고 당시 재임 기간에 진행된 사업이라는 이유로 해당 전세 사기 사건과 마치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도가 되는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는 “잘못된 보도로 인한 심각한 명예 훼손에 대해서는 민형사상의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동해안권 개발사업은 경제자유구역법이 정하는 절차 등에 따라 주민 의견 수렴, 관계 기관 협의 등 관련 행정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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