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4년전 전세사기꾼이 지은 깡통집 60채 사들였다

신수지 기자 2023. 4. 2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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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주범인 남모씨의 오피스텔을 지난 2019년 매입임대주택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과정에 브로커가 개입했다는 정황도 확인됐다.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1일 오전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주택 경매 매각기일 직권 변경 요청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21일 LH에 따르면, LH는 지난 2019년 남씨가 지은 144가구 규모의 인천 A오피스텔 60가구를 각 2억2000만~2억7700만원에 매입했다. 매입임대주택은 LH가 기존 주택을 매입해 주거 취약 계층에 장기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해 주는 사업이다. LH는 매입임대주택의 가격을 산정할 때 2개 감정평가업체 평가 금액의 평균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산정해 왔다. 그러나 LH가 매입한 지 사흘 뒤 거래된 인근 더 넓은 면적의 오피스텔이 2억2000만원 안팎에 매매된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LH가 남씨 오피스텔을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이번에 전세 사기가 터지자 남씨는 LH 매입가를 근거로 세입자들에게 3억원에 집을 사라고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씨가 LH에 오피스텔을 팔아넘기는 과정에 브로커가 개입한 정황도 확인됐다.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안모씨가 남씨 일당 6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안씨는 남씨 일당의 부탁으로 A오피스텔 60가구를 포함해 모두 165가구를 LH에 위탁 판매해 주고 가구당 800만원의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남씨가 이 수수료를 주지 않자 안씨가 남씨 일당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만약 남씨가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면, LH의 매입이 남씨에게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LH 인천지역본부에서 매입임대 사업을 담당했던 간부가 2019~2020년 1250억원 상당의 임대주택을 매입해주는 대가로 브로커에게 뒷돈을 받은 혐의로 파면된 일도 있었다. LH는 뒷돈을 받은 간부가 남씨 주택 매입과 관련이 있는지 현재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LH는 “당시 남씨 오피스텔의 감정평가 가격이 2억3000만~2억5000만원이었고, 감정 평가 과정에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당시 주변 시세와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고, 현재 해당 주택은 정상적으로 임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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