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주의역사저널] 영조의 83세 장수 비결

2023. 4. 21.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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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소한 음식·옷차림’으로 건강 유지
3일에 한 번꼴 내의원서 진료 검진
1776년 4월24일(음력 3월5일) 영조(英祖: 1694~1776, 재위 1724~1776)가 83세의 나이로 승하하였다. 영조는 조선의 왕 중에서 52년이라는 최장기 집권과 83세라는 최장수 왕이라는 두 가지 기록을 남겼다. 영조 다음 장수한 왕으로는 태조(74세), 고종(68세), 광해군(67세), 정종(63세)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조선의 왕은 60세만 넘어도 장수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니, 영조의 장수는 당시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
최근 건강과 장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영조의 장수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영조의 장수 비결은 ‘영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등의 기록에도 잘 나타나 있다. 1750년(영조 26) 2월10일 ‘영조실록’에는 “내가 일생토록 얇은 옷과 거친 음식을 먹기 때문에 자전(慈殿: 왕의 어머니)께서는 늘 염려를 하셨고, 영빈(寧嬪: 숙종의 후궁)도 매양 경계하기를, ‘스스로 먹는 것이 너무 박하니 늙으면 반드시 병이 생길 것’이라고 하였지만, 나는 지금도 병이 없으니 옷과 먹는 것이 후하지 않았던 보람이다. 모든 사람의 근력은 순전히 잘 입고 잘 먹는 데서 소모되는 것이다. 듣자니, 사대부 집에서는 초피(貂皮)의 이불과 이름도 모를 반찬이 많다고 한다. 사치가 어찌 이토록 심하게 되었는가?”라면서, 영조는 자신이 지금도 병이 없는 것은 평생 거친 음식을 먹고 얇은 옷으로 생활했기 때문이라 하였다. 검소한 식단과 얇은 옷차림이 건강에 중요한 요인이었음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영조가 보양식으로 고추장을 좋아했음은 ‘승정원일기’의 기록에 보인다. 영조는 의관들에게 원기를 보충할 수 있는 음식을 추천하라 했고, 방태여가 “고추장이 비위를 돋우는 데 마땅할 듯합니다”라고 답한 기록이 보인다. 영조 때의 고추장은 고초장(苦椒醬, 枯椒醬), 초장(椒醬), 호초장(胡椒醬)으로 다양하게 불렸다. 조종부(趙宗溥)의 초장과 호초장에 대해 영조가 매우 흡족해하는 내용이 보인다. ‘승정원일기’ 1751년(영조 27) 윤5월18일의 기록을 보면 김약로가 영조에게 “고추장(苦椒醬)은 근일에 연이어 드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드렸고, 영조가 “연이어 먹었다. 지난번에 처음 들어온 고추장은 매우 좋았다”고 답하고 있다. “일찍이 조종부의 고추장 맛이 좋았다”거나, “나는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 없다”는 기록에서도 영조가 고추장을 특히 좋아했음을 알 수가 있다. 이외에도 영조가 즐겼던 음식으로는 타락죽(駝駱粥)과 보리밥이 있었는데, 타락죽은 자주 영조의 밥상에 올랐다. 보리밥은 영조가 식욕이 없을 때 즐겼던 음식이었음이 ‘승정원일기’ 기록에 보인다. 영조가 말년에 즐겼던 음식은 영조의 나이 75세이던 1768년(영조 44) ‘영조실록’의 기록에서 찾을 수가 있다. 영조는 스스로 “송이(松茸), 생복(生鰒), 아치(兒雉:어린 꿩), 고초장(苦椒醬) 이 네 가지 맛이 있으면 밥을 잘 먹으니, 이로써 보면 입맛이 영구히 늙은 것은 아니다”라고 하여, 이들 음식이 자신의 건강 유지에 큰 몫을 했음을 밝히고 있다.

약재로서는 경옥고(瓊玉膏)를 자주 처방받은 내용도 보인다. ‘승정원일기’에서 ‘경옥고’를 검색하면, 총 359회가 나오는데, 이 가운데 영조 때 총 251회로 절반을 넘는 것이 보인다. 1733년(영조 9) 1월20일의 ‘승정원일기’의 기록을 보면, 송인명이 맛이 좋고 기력에 도움이 되는 차로 경옥고를 올릴 것을 건의하자 영조가 이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나타난다. 영조는 조선시대 왕실 의료 기관인 내의원(內醫院)에서 가장 많은 진료를 받은 왕이기도 했다.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영조는 재위 52년 동안 궁궐에 설치한 내의원에서 7284회나 진료를 받았음이 나타난다. 한 달 평균 11.7회나 진료를 받았으니, 3일에 한 번은 진료를 받은 셈이었다. 내의원을 활용한 철저한 건강 점검 또한 영조의 이례적인 장수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100세를 넘어 120세를 지향하는 시대인 만큼 영조의 건강과 장수 비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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