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도시 속 투쟁·연대를 위한 다짐[토요일의 문장]

김종목 기자 2023. 4. 21.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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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둘러싼 이 세계가 바뀌지 않는다면 열악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세계를 개선하려는, 혁명하려는 지난한 사투이거나 자신의 몰락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 외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리라.”

-박정대 (<체 게바라 만세>(달아실) ‘오직 사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중)

박정대는 이 시에서 “인간의 이기적 탐욕이 이룩한 흉흉한 도시의 심부”에서 “프록코트를 입은 공산주의자들을 회상하고 트리어 선술집을 전전하며 자신의 분노를 하나의 명백하고 견고한 이론으로 완성해 나가던 수염의 현자를 생각”한 뒤 앞 인용 구절로 나아간다. 이 현자는 마르크스다. ‘외부에서 온 고통을 누구보다 빨리 알았던 이들’은 사투를 벌이거나 몰락을 감당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27쪽에 이르는 이 시에서 두세 개 연 다음 계속 반복하는 행의 시어는 “나는 시를 말하려고 한다”이다. 고통, 투쟁, 희망, 연대를 시로 이어 내려는 다짐 같다.

제22회 대산문학상 수상 시집이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채 절판된 시집들을 복간”하는 ‘달아실 어게인 시인선’ 1권으로 나왔다. 박근혜 정권 때 블랙리스트에 오른 시집이다.

달아실은 보도자료에서 “사회와 체제의 전복을 꿈꾸는 정치적 혁명서”가 아니라고 했다. 시집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무식한 정치꾼’의 오독을 두고 한 말 같다. ‘정치적 혁명서’란 게 또 별것인가. 여러 시어에서 세계와 체제를 흔들어 전복하려는 의지를 읽는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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