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읽는 사람이 있는 한 ‘책은 우리 곁’에[책과 책 사이]
4월23일은 ‘책의날’이다. 유네스코는 ‘책의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독서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식, 표현, 대화의 수단으로 책의 중요성을 내세우고 나아가 평화의 문화, 관용, 문화 간 대화를 증진하기 위한 책과 저작권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책의날’을 마냥 축하하기엔 ‘책’을 둘러싼 환경이 낙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책을 읽는 ‘독자’가 점점 줄고 있거니와, 챗GPT 등 언어생성형 인공지능(AI)의 출현으로 ‘저자’의 개념도 흔들리고 있다. AI의 창작으로 저작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높아진다.
<책에 대한 책에 대한 책>(편않)은 이런 시대에 ‘곧 죽어도 못 잃는다’는 듯 책을 사고 보듬으며 책을 만들고 쓰는 사람들이 책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는 책이다. 서평가, 편집자, 번역가, 기자 등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8명의 저자가 각자 ‘책에 대한 책’을 고르고 읽은 후 쓴 글을 엮었다. 마티의 편집자 서성진은 현재 책이 처한 위치에 대해 말한다. “아주 긴 책의 역사에서 보면 지금은 종이 코덱스, 실험적인 아티스트 북, 수천 권을 담고도 가벼운 전자책, 문자로 쓴 책, 이미지로만 연결한 책, 덜렁 종이만 묶은 책, 영상과 결합한 책 등 다양성이 폭발한 짧은 시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책의 세계에 머무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답한다. “그렇다면 즐기리라, 독자로서. 그러나 편집자로서는 ‘내용’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형태는 내용을 따라가면 그만이고, 내겐 그것이 책이다.”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쓰고 읽는 사람들이 있다면 책은 우리 곁에 남으리라는 사실이다. 이런 문장은 어떤가. “나는 모든 책에는 때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책들은 복수를 한다.”(금정연)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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