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학교 차별 철폐”… 도쿄서 조선인 교육투쟁 75주년 항의 집회

조성민 2023. 4. 2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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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지금도 배울 권리와 민족의 존엄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차별이 있는 한 계속해서 여기 서 있을 겁니다. 설령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어도 마지막까지 싸워가겠습니다."

이날 일본의 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문부과학성 앞에서는 재일 조선인들이 1948년 일으킨 '4·24 교육투쟁' 75주년을 맞아 여전히 지속되는 조선학교 차별을 즉시 철폐할 것을 촉구하는 대규모 항의 집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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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시민단체·학생 수백 명, 일본 정부에 ‘고교·보육 무상화’ 촉구

“우리들은 지금도 배울 권리와 민족의 존엄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차별이 있는 한 계속해서 여기 서 있을 겁니다. 설령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어도 마지막까지 싸워가겠습니다.”

재일 민족학교인 조선학교에 10여년간 다녔다고 밝힌 청년은 21일 도쿄 지요다구 문부과학성 앞에서 이렇게 말한 뒤 “조선학교에 고교 무상화를 적용하라”는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4·24 교육투쟁' 75주년을 맞아 21일 도쿄 지요다구 문부과학성 앞에서 열린 항의 집회에서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배제를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일본의 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문부과학성 앞에서는 재일 조선인들이 1948년 일으킨 ‘4·24 교육투쟁’ 75주년을 맞아 여전히 지속되는 조선학교 차별을 즉시 철폐할 것을 촉구하는 대규모 항의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는 ‘포럼 평화·인권·환경’, ‘조선학원을 지원하는 전국 네트워크’, ‘일본 조선학술교육 교류협회’ 등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와 조선학교에 재학 중인 고교생, 대학생 수백 명이 참가했다.

문부과학성 청사를 에워싼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를 향해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와 ‘유치원 보육 무상화’를 적용해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일본 정부는 2010년 고교 무상화 정책을 도입했으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계열인 조선학교는 배제됐다. 조선학교에 지원금이 제공되면 친북 성향이라고 알려진 조선총련 등에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제외 이유였다.

이에 각지의 조선학교들은 재일 조선인 사회에 대한 차별이라고 반발하며 이 같은 조치를 철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일본 법원은 모두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조선학교 학생들은 1948년 4월24일 효고현 고베에서 조선인들이 조선학교 폐쇄에 거세게 항의한 사건인 4·24 교육투쟁 이후에도 조선인 차별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방 이후에도 일본에 남은 조선인들은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기 위해 학교를 설립했는데, 연합군 최고사령부는 1947년 재일 조선인도 일본 교육법에 따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이듬해 조선학교에 폐쇄 명령을 하달했고, 이에 반대하는 조선인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다카라 데쓰미 일본 참의원 의원이 '4·24 교육투쟁' 75주년을 맞아 21일 도쿄 지요다구 문부과학성 앞에서 열린 항의 집회에서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시민단체들은 이날 문부과학성에 전달한 요청서에서 “재일 조선인의 정당한 민족 교육권이 국제정치에 희롱당하고 침해당하는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적, 민족적, 문화적, 언어적 정체성의 촉진을 돕는 교육은 각종 국제인권 기준에 따라 정당성이 인정된 명백한 권리”라며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즉시 시정하라”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석한 오키나와 출신 다카라 데쓰미 참의원 의원은 “재일 조선인은 일본에 세금을 내고 있는데, 교육의 권리는 일본인과 똑같이 얻지 못하고 있다”며 “차별이 없어지지 않고 평등한 사회가 되지 않으면 일본은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지모토 야스나리 ‘포럼 평화·인권·환경’ 공동대표는 “4·24 교육투쟁은 소수자인 재일 조선인이 존엄을 지키기 위해 벌인 싸움이었다”며 “식민지주의를 극복하고 다문화·다민족 공생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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