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총리, ‘직원 괴롭힘’ 논란으로 결국 사임
영국 리시 수낵 총리의 핵심 측근인 도미닉 라브 부총리 겸 법무부 장관이 직원 괴롭힘 의혹에 관한 조사 결과가 나오자 결국 사임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라브 부총리는 이날 트위터에서 조사를 통해 증거가 나오면 사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의 괴롭힘 관련 조사 결과 보고서가 나온 지 하루만이다.
라브 부총리는 장관 시절 여러 차례 공무원들에게 위협적이거나 모욕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직원들을 괴롭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조사위는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동안 그의 괴롭힘 의혹 8건을 조사해왔고, 전날 48쪽 분량의 결과 보고서를 전달했다.
조사 결과 라브 부총리는 법무부와 외무부 장관 시절 회의 중에 위협적이고 비합리적으로 직원들을 지속적으로 공격했고, 부당한 징벌적 요소를 도입했다고 드러났다.
조사위는 보고서에서 “그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을 모욕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남용하거나 오용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며 “그의 행동으로 피해자들은 굴욕감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라브 부총리는 조사 보고서를 받은 뒤 수낵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고, 수낵 총리는 슬픈 마음으로 사임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동안 괴롭힘 의혹에 대해 부인해온 라브 부총리는 이번에 사임을 발표하면서도 조사 결과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나는 항상 전문적으로 행동했다”며 “그러나 조사 결과 괴롭힘이 인정되면 사임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물러난다”고 말했다.
라브 부총리는 자신의 괴롭힘 의혹이 2건만 인정되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됐다고 밝혔다. 또, 조사위가 괴롭힘의 기준을 너무 낮게 설정해서 정부 운영에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요구한 속도, 기준, 도전으로 인해서 의도치 않게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은 데는 사과하지만, 이는 국민이 자신들을 대신해 일하는 각료들에게 기대하는 바라고 말했다.
라브 부총리는 테리사 메이 전 총리 시절 브렉시트 장관,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시절 외무‧법무부 장관 등 3대 내각에서 3개 부처 장관을 역임했다. 존슨 전 총리가 2020년 코로나19로 입원했을 때는 대행을 하기도 했다. 수낵 총리 선거 캠프의 주요 인사로 뛰면서 리즈 트러스 내각 명단에선 빠졌다가 작년 10월 수낵 총리 취임 후 다시 입성했다.
라브 부총리의 사임에 대해 야당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애초부터 그를 임명하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수낵 총리는 이번에도 그를 해고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방선거를 불과 2주 남긴 시점에서 최측근인 라브 부총리 낙마는 수낵 총리에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낵 총리는 전임 존슨·트러스 총리와 차별화를 시도하며 청렴, 전문성, 책임을 내세웠지만, 취임 후 6개월 만에 벌써 3명이 개인적 문제로 실각했다. 또 수낵 총리 자신도 부인 재산 관련 이해충돌 문제로 의회 윤리위 조사를 받고 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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