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오늘이 끝나면, 내일은 멋진 날이 될 거야[그림책]
맙소사, 나의 나쁜 하루
첼시 린 월리스 지음·염혜원 그림·공경희 옮김
주니어RHK | 48쪽 | 1만8000원
조금만, 더 누워 있고 싶은데 아침이 밝았다. 아이는 투덜거리며 식탁 앞에 앉아 시리얼을 한 숟가락 뜬다. “아아, 우유가 너무 많네.” 눅눅해진 시리얼에 실망하고 나니 옷 갈아입기도 귀찮다. 오늘은 시작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제는 신나는 하루였는데. 아이는 어제가 오늘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아, 너무 늦었네.” 엄마 손을 잡고 끌려가듯 유치원으로 내달리던 아이가 ‘꽈당’ 넘어지고 만다. 다친 무릎을 안고 아이는 엉엉 울음을 터뜨린다. 유치원에 가서도 불운은 계속된다. 친구가 간식 줄에서 새치기를 해서 화가 나고, 놀이시간에 자꾸만 딸꾹질이 나서 불편하다. 공들여 그린 물고기 그림까지 망쳐 버린 아이는 외친다. “아아, 맙소사.”
하원길에 장 보는 시간도 너무 지루하다. 저녁 식사로 먹은 스파게티의 소스 맛은 왜 이렇게 고약한지. 항상 해야만 하는 양치질도 지겹게만 느껴진다. 게다가 귀뚜라미까지 방 안에 들어와 ‘귀뚤귀뚤’ 울어대며 성가시게 한다. 그런 아이를 아빠가 안아준다. 아이의 엉망진창이었던 기분도 사르르 풀린다.
아이는 나쁜 하루에도 좋은 순간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짜증 나고 화나고 슬펐던 하루가 끝나고 내일은 오늘보다 신나고 즐거울 것이라고 상상하며 잠든다. 시끄러웠던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편안한 자장가가 된다. 짝짝이양말을 신은 아이의 변화무쌍한 표정이 짠하면서 귀엽다.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을 ‘아’ ‘아아’로 운을 맞춘 문장, ‘질퍽질퍽·흐물흐물·물컹물컹’ 같은 의성어·의태어의 반복이 글의 생동감을 더한다. 페이지마다 숨겨진 귀여운 귀뚜라미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누구에게나 나쁜 하루는 있다. 열 가지 나쁜 일이 일어나더라도 한 가지 좋은 일에서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는다. 어제는 지났고, 오늘은 끝이 난다. 그리고 내일은 분명 더 멋진 날이 될 것이다. ‘나쁜 하루’를 보냈을 독자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응원이 뭉클하다.
손버들 기자 wi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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