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 낙인을 찍는 ‘좋은 노동자’란 기준[책과 삶]
일할 자격
희정 지음
갈라파고스 | 308쪽 | 1만7000원
‘까대기’라는 말이 있다. 택배 배송 지역별로 화물을 분류해 차량에 싣거나 내리는 상·하차 업무를 일컫는 말이다. 까대기는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택배노동자들은 ‘공부 열심히 안 하면 저 아저씨처럼 택배나 나른다’는 손가락질을 받는다. 너무 열심히 일해 죽은 택배노동자에게 ‘열심히 살지 않아서 저렇게 됐다’는 댓글이 달린다.
자신을 ‘기록노동자’로 규정한 희정은 <일할 자격>에서 한국 사회가 규정하는 ‘정상(좋은) 노동자’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누구나 노동해야 한다지만 누구나 노동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는 젊고, 용모가 단정하고, 열정적이고, 성실하고, 의지가 강하고, 건강하고, 전문 지식이 있고, 교우 관계가 원만하고, 질서에 순응해야 한다.
희정은 사회에 맞춰 성실하게 살지 않는 ‘니트족’ 청년들, 아이를 혼자 양육하는 비혼모들, 우울증 약봉투를 숨기는 직장인들, 80대 노인을 돌보는 60대 노인 돌봄노동자들, 이른바 ‘자기관리’에 실패한 과체중 여성들, 군대가 아닌 곳에서 군대의 질서를 강요당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을 만났다.
사회는 하자 없는 노동자 되기에 실패하거나 거부한 이들에게는 ‘비정상’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희정은 이런 낙인이 일터에서 밀려난 일부가 아니라 전부의 문제라고 본다. 신체 기능의 쇠퇴, 숙련도의 변동, 사회환경의 변화 등으로 ‘정상’ 노동자가 언제든 ‘비정상’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
희정은 “낙인의 기능은 비정상을 추려내는 데에만 있지 않다. 낙인은 ‘아름답고 유능하고 질병이 없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모든 이들을 채찍질한다”며 “노동자의 자질을 갖춘 인위적인 몸으로 존재하기 위해 얼마나 꾸준하고 성실한 노력을 하는지 숨이 가쁘다”고 적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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