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만 문제는 ‘핵심 이익’ 가장 민감한 사안…한·미 정상회담서 나올 언급 수위가 분기점 될 듯

박광연·김윤나영·조문희 기자 2023. 4. 2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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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왜 이렇게 반발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 대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며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발언한 로이터통신 인터뷰가 지난 19일 공개된 이후 한·중관계가 격랑에 휘말렸다.

중 입장선 ‘레드라인’ 넘은 것
전문가들 ‘중 강한 보복’ 예상
“서로를 적으로 삼아선 안 돼”

중국은 이 발언이 영토주권에 해당하는 ‘핵심이익’을 침해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0일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불용치훼)”라는 날 선 언어로 윤 대통령을 비난한 것은 이 때문이다.

중국은 인민의 생명 및 안전, 국가체제와 정체성 등과 관련된 사안을 이른바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만 문제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직결된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반발은 예상됐던 일이다.

윤 대통령이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를 남북관계에 빗댄 것도 중국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왕 대변인은 전날 “북한과 한국은 모두 유엔에 가입한 주권 국가”라며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는 성질과 경위가 완전히 달라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시각에서 보면 윤 대통령이 대만을 북한과 같은 주권 국가로 인정한 꼴이다. 왕 대변인이 “중·한 수교 공동성명의 정신을 제대로 준수하라”고 밝힌 것은 한국이 대만과 단교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인다는 전제로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한·중의 충돌 조짐은 앞서 감지됐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월 CNN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한국은 무력에 의한 일방적인 현 상태 변경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마오닝 당시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불용치훼’를 동원해 비난했다.

당시 정부는 이 용어에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강력항의 했다. 정부가 대만 문제와 우크라이나 문제 등에 전에 없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배경에는 오는 26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있다. 회담에서 미국의 진전된 확장억제 보장 방안 등의 성과를 얻어야 하는 윤석열 정부가 중국, 러시아 등 미국이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사안에 대해 한국도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보인다. 반면 중국으로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전략적 움직임에 동조하지 말라는 경고를 날린 셈이다.

윤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밝힌 만큼 한·중관계는 앞으로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하며 중국 등 권위주의 체제 국가들과의 거리 두기에 열중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선언에 대만 문제와 관련한 문구가 어느 정도 수위로 담길지가 당장 관건이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첫 한·미 정상회담 공동선언에는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및 번영의 핵심 요소로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명시됐다. 그러나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이전보다 한발 더 나간 것이어서 공동선언에서도 보다 미국 입장에 가까워진 표현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오는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도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윤 대통령도 참석하는 가운데 한·미·일이 대만 문제와 관련한 강도 높은 중국 견제 입장에 공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중국은 보복의 나라”라며 “경제적·군사적·외교적으로 한국이 고통스러워할 것들은 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강대국들 간 분쟁에 들어간 것은 국익 차원에서 대단히 위험하다”며 “중국과 소통을 강화하고 적어도 서로를 적으로 삼는 외교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연·김윤나영·조문희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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