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와 등지는 윤 대통령…‘북핵 해결’ 갈수록 멀어져
북·중·러 군사 밀착 가능성 등
‘신냉전’ 심화 한반도 긴장 고조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중국을 직접 자극하며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중국과 북한의 군사적 밀착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북·중·러 대 한·미·일의 신냉전 구도를 고착화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미국 등 자유주의 진영에 의존한 결과 한반도 평화라는 국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관련기사 3·4면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공개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조건부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자 러시아는 한반도 안보 문제를 끌어들여 반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한·러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거론하며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한 입장에 관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지난 19일 “한반도 안보 상황의 맥락에서 우리의 양자 상호작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19일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우리의 파트너인 북한의 손에 있는 것을 볼 때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고까지 했다.
윤 대통령이 중국과 대만의 양안 갈등에 대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대만을 두둔하자 중국은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20일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국 정부가 당일 즉각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며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했지만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다음날인 21일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며 또다시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간 미국의 동맹으로서 간접적으로 러시아·중국과 대척점에 서 있던 한국이 러시아·중국과의 양자 관계에서 직접적인 대결 구도를 형성한 구도가 됐다. 이를 계기로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주요 당사국인 두 나라가 북한에 적극 밀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이 시사한 것처럼 북한에 대한 직간접적인 무기 지원 등 군사 협력이 가시화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이날 통화에서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전략적 가치가 높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러시아와 중국이 동·서해에서 북한과 연합군사훈련을 하며 안보 위협을 더욱 고조시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외교 무대에서 북핵 문제 대응을 위한 러시아·중국의 협조 여지는 더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중국이 북한 ICBM 발사 규탄을 위해 열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마다 북한을 두둔하며 추가 제재 등 안보리 차원의 조치를 가로막는 상황이 심화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호응해야 한다”며 “(북한에) 제재와 압력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공통 인식을 재확인했다.
결국 동북아시아에서 북·중·러 대 한·미·일 ‘신냉전’ 체제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거듭 강조하며 기대하는 정세다.
프랑스·독일 등 ‘전략적 유연성’
“미국만 의존 땐 국익 훼손” 지적
동북아 ‘신냉전’ 구도전략적으로 큰 자충수
신냉전이 심화할수록 남한을 겨냥한 북핵 위협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신냉전은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에 반발하며 핵무력 고도화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중국과 직접 대립하며 미국 중심성을 강화하고 있는 한국의 대외정책은 같은 자유주의 진영에서 논란을 감내하면서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는 일부 국가들과 차이가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달 초 중국을 방문해 “중국으로부터 우리를 분리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시 주석 3연임 결정 다음달인 지난해 11월 경제사절단을 대동해 중국을 방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대만 발언은 전략적으로 굉장히 큰 자충수”라며 “미국과의 가치 동맹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한반도 긴장 완화와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국익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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