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선 앞두고... 에르도안 “가스 공짜로”
튀르키예를 20년간 통치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9) 대통령이 다음 달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가정용 천연가스를 무상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20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종굴다크주(州) 필요스에서 열린 천연가스 시설 개시 행사에서 “(총선과 대선이 열리는) 다음 달 한 달간 모든 가정에 천연가스를 무료로 무제한 공급하고, 그다음 달부터는 1년간 매달 25㎥씩을 각 가정에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흑해 가스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가 처음으로 필요스의 내륙 시설로 운송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흑해 가스전이) 전체 생산 용량에 도달하면 우리는 연간 국내 소비량의 약 30%를 이 가스전에서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무상 공급’ 등에 따라, 흑해 가스전의 생산량은 당초 하루 1000만㎥에서 향후 4000만㎥로 4배로 늘리기로 했다.
튀르키예는 지난 2020년 종굴다크 연안 사카리아에서 첫 천연가스전을 발견했다. 지난해에는 카이쿠마-1 가스전을 추가로 발견했다. 그동안 러시아와 카타르 등지로부터 에너지를 대거 수입해오다가 ‘노다지’를 맞은 셈이다. 튀르키예의 흑해 천연가스 매장량은 7100억㎥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로이터는 “최근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나온 여론조사를 반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정년 요건을 없애 조기 연금 수령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바꿨다. 또 작년 말 최저임금을 55% 인상하는 등 인플레이션 가속화 우려에도 포퓰리즘 정책들을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튀르키예는 야권 단일 대선 후보인 케말 클르츠다로울루 공화인민당(CHP)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에르도안을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부터 11년간 총리를 지내고 2014년부터는 대통령으로 집권 중이다. 지난 2017년 개헌을 통해 철권통치 체제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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